[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결정 후 가뜩이나 통화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연장, 재정의 선제적 투입 등의 경기 부양세트까지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경기 부양세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마지막 조각격인 기준금리의 추가인하를 통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가계부채 급증 등의 금융 불안정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는 없다. 기준금리는 작년 6월 1.5%로 0.25%포인트 내려간 이후 지난달까지 7개월째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일 한은에 따르면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관련 부서에서 한창 경제지표를 취합하고 있다. 한은은 주말까지 이 작업을 마무리 짓고 설 연휴 직후 금통위에 보고한 후 16일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경제지표들은 부정적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0%대로 떨어졌다. 대외지표인 1월 수출은 전망보다 훨씬 더 나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보다 18.5%나 줄었다. 2009년 8월(-20.9%)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한은은 지난달 14일 경제전망 발표당시 상반기 상품수출은 전년동기 보다 1.9%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한은의 예상보다 올해 수출을 둘러싼 경제여건이 더 나쁘다는 것을 한달도 채 되지 않아 확인한 셈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올해 한은이 전망한 3.0% 경제성장률 달성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지표만 놓고 본다면 이달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으로 금리를 낮추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금리동결의 만장일치가 깨진다는 것은 다음달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금통위 내 변화의 움직임도 일부 감지된다. 전날 공개된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기준금리를 현 1.50%에서 유지하면서 위험요인의 현실화 여부와 국내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한 유연한 정책입지를 확보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일본의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국내 수출실적 부진, 정부의 경기부양 세트 발표 등이 겹치면서 한은이 마냥 손을 놓고 있긴 힘들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일 사상 최저치인 1.516%로 떨어졌다. 통상 시장금리는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보다 높게 책정되는데 현재 시장금리와 기준금리는 불과 0.016%포인트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채권 시장 참여자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일단 신중모드다. 한은 관계자는 "연초 중국발 리스크 등이 부각되면서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나쁘지만 금리조정은 효과와 함께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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