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 中경기 부진, 단가 하락 등 악재 겹쳐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새해 첫 달부터 수출이 6년5개월래 최대 규모로 급감하면서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떴다. 가뜩이나 국제유가 하락, 중국경제 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일본마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키로 하면서 악재가 더해지는 모습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367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8.5% 감소했다. 2009년 8월(-20.9%)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같은 달 수입은 20.1% 감소한 314억달러로 집계됐다. 무역흑자는 53억달러로 48개원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그간 한국경제를 견인해 온 지난해 1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나성화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1월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 선박수출 감소 등의 일시적 요인과 유가 급락, 중국 등 글로벌 경기부진, 주력품목 단가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최근 들어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1월 조업일수 감소(1일)에 따른 수출감소 규모는 19억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또 해양플랜트 수출이 0건을 기록하며 선박ㆍ해양플랜트(-32.3%) 수출도 전년 대비 14억달러 줄었다. 주력품목인 철강,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등의 단가가 최대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35.6%), 석유화학(-18.8%), 자동차(-21.5%), 반도체(-13.7%), 무선통신기기(-7.3%), 섬유(-14.7%), 일반기계(-15.2%), 철강(-19.9%), 컴퓨터(-27.6%), 가전(-29.2%), 평판DB(-30.8%) 등 주력품목 대부분의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 7.3%)을 제외한 주력시장으로의 수출이 모두 줄었다. 우리나라 수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6.8%에서 12월 -16.5%, 지난달 -21.5%로 감소폭이 커지는 추세다. 미국과 중동시장에 대한 수출증가율도 각각 -9.2%, -31.1%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수출여건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나 과장은 "중국 등 신흥국 경기둔화, 저유가 장기화 가능성 등 수출을 둘러싼 대외여건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어 수출 회복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오는 16일부터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0.1%로 낮추기로 하며 당장 우리 주력수출업종인 자동차와 철강, 기계 등이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경제둔화, 국제유가 하락,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악재가 하나 더해진 셈이다. 수출 급감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떨어뜨린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정부가 목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3.1% 달성을 위해서는 부진한 수출을 회복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 교역 1조 달러를 이어오다가 지난해 1조달러 달성에 실패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부진한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을 1.2%포인트가량 떨어뜨린 것으로 파악된다"며 "위안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로 가고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수출엔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해 수출 부진을 타개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총력지원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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