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최근 3년간 생활밀착형 43개 업종 분석 결과...매출·손님 늘었지만 객단가 감소·마케팅 부담 증가·경쟁업체 속출에 속앓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 사는 50대 자영업자 김영자(가명)씨. 비정규직ㆍ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나고 노후마저 불안한 요즘, '돈'이 된다기에 유명 상표 커피 전문점을 차렸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경기 불황에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 든데가 마케팅 비용 등이 많이 들어 팔아도 손해를 보기 일쑤다. 설상가상,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은퇴 시기에 몰린 베이비부머들이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 생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 현상 유지하기도 벅차다. 그렇다고 때려치우자니 다른 할 일이 마땅치 않다.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빚에 빚을 내 겨우 가게 문을 열고 버티고 있다.
김씨와 같은 사례가 능력이 없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서울 자영업자들이 최근 들어 겪고 있는 일반적인 경향인 것으로 확인됐다. 겉으로는 전체 매출액ㆍ업체수가 늘어나 호황인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곪아 터지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두달간 '우리동네 상권 분석 서비스'를 시범운영하면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영업자들이 주로 창업하는 식품ㆍ위생업 등 생활밀착형 43개 업종의 최근 3년간 영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이들 업종은 겉으로나마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전체 매출 규모가 2014년 기준 약 93조원으로 GDP의 6.27%를 차지하고 있으며, 꾸준히 상승했다. 2013년 85조8000억원에서 2014년 93조 원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엔 9월까지 7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월별로도 2015년 9월 기준 매출규모가 1년 전 대비 7.14% 상승했고 매장당 매출액도 6.45% 늘어났다.
문제는 내실이 없다는 것이다. 전체 매출금액을 결제회수로 나눈 수치인 객단가, 즉 손님이 각 매장에서 지출하는 씀씀이가 줄어 들고 있다. 2014년 9월의 객단가는 2만1633 원이었으나, 2015년 9월엔 2만76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2% 감소했다. 반면 결제 회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의 질적 변화 양상이 뚜렷했다. 방문 고객 수는 늘었지만 매출 상승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러한 경우 고객 응대에 대한 인건비 등 매장의 운영비용이 증가하게 돼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외화내빈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경쟁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10년간 해당 업종들의 개폐업 현황을 분석해보니 2007년까지의 매장 수는 한식음식점을 제외하고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됐으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3년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식음식점이 7082개에서 9772개로, 커피음료점이 1847개에서 3053개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가장 컸다.
그럼에도 과거에 비해 3년 이내 폐업률과 1년 이내 폐업률은 꾸준히 감소했다. 영업 이익이 줄어도 달리 할 일도 없는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서라도 버티기에 주력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게 시의 분석이다.
업종별로 치킨집은 2005년 1년내 폐업률이 22%였지만 2014년 8%까지로 줄었다. 같은 기간 커피음료점, 미용실, 식당, 호프집 등 대부분의 업종들이 20%대의 1년내 폐업률이 7~10%대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2014년 기준 3년 이내 폐업률이 높은 업종은 치킨집(38%)>호프간이주점(37%)>커피전문점(36%) 순이었다. 1년 이내 단기 폐업하는 업종은 미용실(11%)>커피전문점(10%)>호프간이주점(8%)ㆍ치킨집(8%)순이었다.
한편 2월 개업한 호프간이주점, 7월 개업한 일식집 등 '계절을 타는' 특정 업종들은 1년 이내 폐업률이 높아지는 시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계절별 폐업률을 보면 커피음료점의 경우 2월을 제외하고 모든 계절에서 1년 이내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 치킨집은 12월 개업, 호프간이주점은 2월 개업 시 1년 이내 폐업률이 가장 높고, 일식집은 5월 개업의 경우 폐업률이 가장 낮았다. 한식음식점은 계절요인을 크게 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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