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유형자산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공포는 존재 이상의 위력을 떨치는 경우가 많다. 검증되지 않은 악재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과매도 구간이 발생하는 주식시장을 목격하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다.
이런 현상은 시장의 흐름이 하락 패턴으로 꺾이는 변곡 구간에서 주로 생긴다. 시장참여자들이 호재보다는 악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수급이 꼬이기 시작하고, 그것이 콘센서스로 상승작용하면 막연한 공포마저 실체를 얻게 된다.
올해 초 주택시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초저금리와 전셋값 강세가 맞물려 간만에 활기를 띠었던 분양 및 매매시장이 해가 바뀌기 무섭게 언제 그랬냐는듯 꽁꽁 얼어붙고 있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미국 금리인상이 '거래 절벽'을 재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로 작용해서다.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익월부터 원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해야 한다. 대출금리도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한껏 오른 아파트를 사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분명하다.
헌데 여기에 더해 이런저런 통계와 현장 분위기를 근거로 주택공급 과잉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점은 생각해 볼 일이다. 실제로 주택은 과잉공급되고 있을까. 2014년 기준으로 전국 주택보급률은 103.5%, 서울은 100%를 약간 밑돌았다. 적정 주택보급률인 110%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치인 116%에도 한참 미달하는 수준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가구 수는 363.8로 미국(409.8)과 일본(438.7)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
실제 과잉으로 볼 수 없기에 최근의 우려는 주택수요 시장에 과대한 공포를 불러 계절적 비수기와 미국 금리인상, 대출관리 대책과 맞물려 비생산적인 시장 퇴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셋값 급등에 따른 서민 주거비 증가, 가처분 소득 감소에 따른 내수 침체 가속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미분양 물량 증가를 과잉으로 연결시키는 논리도 부적절하다.
최근 미분양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주택 과잉공급보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정부 규제와 미국의 금리인상의 영향에 대한 부담 등이 작용한 탓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또한 미분양 물량 자체가 늘어난 것에만 주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분양 물량이 워낙 많이 풀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분양 물량 대비 미분양 물량 비중의 변화를 통해 (과잉공급 여부를)판단하는 것이 옳다"며 "최근의 미분양 물량 자료를 보면 전체 분양 물량 대비 과거 어느 때 보다도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만큼 '수급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건설업체들도 올해 분양물량을 일제히 줄이고 있어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초과공급 문제가 풀릴 여지가 많다.
막연한 공포에 휘둘려 본질을 외면하는 것은 시장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할 뿐이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주택 수요를 급격하게 위축시키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요를 관리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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