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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한류, 10년 앞이라도 내다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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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한류, 10년 앞이라도 내다보는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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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5000년 역사에서 지금처럼 중국에 문화적 영향을 미친 적은 없을 것이다. 한류로 불리는 음악, 드라마, 영화 그리고 게임 등의 문화콘텐츠는 온통 중국 대륙을 뒤흔들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한 배우 김수현은 작년 말 중국에서 영향력 있는 연예인 톱5에 선정된 바도 있다.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통틀어 한국이 대중국 문화적 지배력을 보유한 것은 처음이다.


한류 콘텐츠 중에서 가장 강력했던('강력한'이 아니다) 것은 온라인게임이다. 2005년 한 중국 사업가가 내 연구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조 단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한국 기업의 무례함을 호소했다.

그가 방문한 기업은 엔씨소프트로 당시 한국 최고의 게임사였다. 그는 사전에 미팅 일정을 잡고 회사를 방문했지만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더구나 한 시간을 기다려 만난 사람은 별 결정권이 없는 과장급 직원으로 그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중 하다가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이해가 되기도 해서 엔씨소프트 임원에게 전화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대뜸 그 임원 왈, "무작정 돈 싸들고 와서 저희 게임 달라는 사람이 수도 없이 오는데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일일이 상대할 수 있나요?" 할 말이 없었다.


중국 기업이 그토록 몰려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 게임 하나로 2004년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중국 게임사 샨다 때문이었다. 샨다는 한국에서 실패한 게임 '미르의 전설2'를 중국에 가져다 대성공을 거두었다. 샨다의 신화는 한국 게임=나스닥 상장이라는 등식으로 인식되었고 그 후 게임을 가져가려는 중국 기업으로 한국의 게임사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하지만 한국 게임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샨다는 나스닥에 상장하자마자 그 자금으로 미르의 전설2 퍼블리셔인 한국의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게임은 중국 게임에 역전 당했고 중국 기업에 개발비를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한국 게임의 패배를 예감했던 것은 2008년경이었다. 당시 나는 한국과 중국의 주요 게임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경쟁력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두 나라 게임사의 경쟁력 비교를 질문한 결과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한국 기업은 여전히 한국의 경쟁력이 높다고 답변한 반면 중국 기업은 자신들이 동등하거나 일부 우위에 있다고 답했다. 누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었고 누가 현실을 정확히 보았을까. 이미 답은 누구 눈에도 자명하다. 중국 게임은 자국은 물론 한국 시장에까지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드라마나 영화 등 다른 콘텐츠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영화제작사 NEW의 2대 주주는 600억원을 투자한 중국의 저장화처 미디어이고, CJ E&M의 3대 주주 역시 중국 텐센트다. 중국은 이제 한류 기업에 대한 투자를 넘어 개별 인력을 흡수하고 있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일국의 콘텐츠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례는 많다. 1960년대 구로사와 아키라로 대표되는 일본 영화는 할리우드 감독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구로사와 감독이 영화 '란'을 촬영할 때 바로 옆에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과 쥬라기 공원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나란히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영화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홍콩 영화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우리가 감동적으로 기억하는 장국영의 영웅본색이나 성룡의 취권은 홍콩 영화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홍콩 느와르 영화의 영광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주 일본 아키타현을 방문해 전통 공예품 '마게왓파'를 제조하는 기업을 조사한 적이 있다. 아키타산 스기 나무(삼나무)만을 고집하는 그 회사는 더 이상 자연산 나무를 구할 수 없다고 했다. 대안을 물었더니 현 사장의 조부가 60년 전 심어 놓은 스기나무 숲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고 한다. 60년을 내다보고 후손이 사용할 나무를 심은 셈이다. 한류는 100년이 아니라 10년 앞이라도 내다보고 있는 것인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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