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이 22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공식선언했다. 박 의원은 추후 '야권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4·13 총선 전 통합이 무산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전망이다. 위기와 재기를 반복해온 그의 정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서 잠시 당을 떠난다"라고 밝혔다. 또한 "야권 통합에 의한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기 위해 혈혈단신(孑孑單身) 절해고도(絶海孤島)에 서겠다"고 밝혔다. 탈당의 명분이 야권통합이란 의미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문재인 대표는 저와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저에게 좋은 제안도 많이 했다"며 "그러나 함께 하자는 문 대표의 제안은 분열을 막을 명분이 없었기에 저는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날 탈당에 앞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묘역을 참배했다. 동교동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DJ가 창당한 당을 DJ 비서실장이 떠난다. DJ 정신과 함께 야권통합을 시작하겠다"며 DJ의 가치를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야권 군소정당간의 중통합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의원은 "새로이 창당을 하고 준비하는 순서별로 보면 박준영 천정배 박주선 김민석 이 네분 을 만나서 당신들이라도 통합을 해라 하고 부단히 접촉을 했고 노력을 했다"며 "전북 순창에서 은둔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도 합류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섯개 신당 세력이 합쳐지리라고 물론 난관은 있지만 상당한 진전을 봤다"며 "이 세력이 합쳐지면 그 다음 중통합으로 뻗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최소한 총선 전에 이 중통합까지 이뤄져야 어느정도의 가능성이 있고 그랬을 때 호남에선 경쟁하더라도 비호남권에선 연합연대 단일화 길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더민주 탈당으로 쉼표를 찍겠다는 박 의원. 그의 정치 인생은 유난히 곡절이 많았다. 2003년 당시 대북송금(DJ가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북한에 5억 달러를 줬다는 의혹) 특검은 사실상 그의 정치적 위기였다. 박 의원은 이때 구속됐다. 이로 인해 박 의원은 통합민주당을 탈당했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까닭이다.
하지만 박 의원은 전남 목포에서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53.58%란 압도적 득표율을 얻으며 당선됐다. 당시 정영식 통합민주당 후보에 1만3144표 차이로 앞섰다. 정치적 위기를 딛고 화려하게 재기한 셈이다.
그랬던 박 의원이 다시금 통합을 명분에 걸고 무소속의 길을 가려고 한다. 현재 박 의원은 야권 통합이라는 숙제 외에도 개인적으로 저축은행 비리 의혹 관련, 대법원 재판 등의 장애물이 남아 있다. 실제 이 때문에 더민주와 국민의당 어디서도 공천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민주는 하급심 유죄판결 시 공천 배제하겠다고 했고, 국민의당은 부패혐의로 기소만 돼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게다가 동반 탈당키로 했던 이른바 '박지원계'(김영록·박혜자·이개호·이윤석 의원)는 탈당을 재검토 하고 있다. 이들은 당 잔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박(朴) 남매'로 불렸던 박영선 의원도 당에 잔류키로 결정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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