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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심장을 가다] "석유수출선박 띄울 때마다 자식 시집 보내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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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SK이노베이션 정유ㆍ석유화학 공장
저유가에 휘발유 등 석유제품 수요 늘자 수출 선박 증가, 부두는 쉴 틈 없어
장충체육관보다 큰 원유 저장탱크엔 비축량 늘어

[제조업 심장을 가다] "석유수출선박 띄울 때마다 자식 시집 보내는 기분" 19일 울산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정유ㆍ석유화학공장의 부두에서 중국 국적 유조선이 싱가포르로 수출되는 경유(6만8000톤)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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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19일 울산 남구에 있는 SK이노베이션 정유ㆍ석유화학 공장. 여의도 세배 면적의 광활한 공장 곳곳에서 냉각탑이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바깥 기온은 영하 5도로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이런 날에는 담당 구역 내 50개가 넘는 계기판을 수시로 살피는 게 현장 근무자의 임무다. 계기판을 점검하던 박인환 생산2팀 총반장(55)은 조종실에 '이상 없음'이라고 무전을 보낸 뒤 "(날씨 때문에 걱정이지만) 그래도 회사가 어려웠던 고비를 넘기고 실적이 좋아져서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은 수입해온 원유를 휘발유, 경유, 등유, 항공유 등의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국내외에 공급한다. 저유가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장도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제8부두, 중국 유조선이 경유 싣고 있어…이날만 수출 선박 세대 출항
육지에서 2km 떨어진 제8수출부두. 바다 위에 다리를 놓아 만든 부두엔 7만6000톤급 중국 국적 유조선이 경유 6만8000톤을 싣고 있었다.


기름은 육상탱크에서 부두로 이어진 배관으로 이동된 뒤 유조선과 연결된 로딩암(부두에서 배에 제품을 실어주는 장치)을 통해 선박에 실린다. 이 양을 다 채우려면 꼬박 20시간이 걸린다. 기름을 가득 담은 선박은 부두에 도착했을 때보다 10미터 이상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전날 오전 9시에 입항한 선박은 이날 오후 3시에 목적지인 싱가포르로 출발했다.


수출부두를 담당하는 이동환 선임대리(52)는 "오늘만 대형부두 세 곳에서 모두 수출 선박이 나갈 정도로 작년부터 부두가 쉴 틈이 없다"며 "배가 한대 씩 나갈 때마다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는 기분"이라고 뿌듯해했다.


이 부두에서 석유제품을 싣고 해외로 나간 선박과 석유제품 물량은 크게 늘었다. 2014년 대비 지난해 선박은 385척에서 412척으로, 물량은 1억2600만 배럴에서 1억3400만 배럴로 6%포인트 증가했다. 작년 수출 물량은 연료탱크 70리터짜리 승용차를 3억대 주유할 수 있는 양이다. 디젤은 싱가포르ㆍ인도네시아, 휘발유는 필리핀ㆍ호주, 항공유는 미국ㆍ네델란드 등으로 수출한다.

[제조업 심장을 가다] "석유수출선박 띄울 때마다 자식 시집 보내는 기분" 초대형 원유저장탱크의 전경. 높이 23미터, 지름 85미터로 장충체육관 전체가 그대로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다.


◆초대형 탱크에는 원유 저장량 늘어…적절한 재고 유지 중요
원유를 저장하는 대형탱크도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비축해뒀다. 원유 저장 탱크 35기 중 가장 큰 탱크 규모는 높이 23미터, 지름 85미터다. 장충체육관 전체가 그대로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다. 이 탱크에는 최대 원유 75만 배럴이 들어갈 수 있다. 1.5리터짜리 패트병에 담으면 7950만개가 나오는 물량이다.


이런 초대형 탱크만 18개가 있다. 공장과 5km 정도 떨어진 원유선에서 해저 배관을 통해 2~3일에 한번씩 200만 배럴을 공급받는다. 우리나라 인구의 하루 사용분이다.


최근엔 저유가로 인해 원유 저장량이 평소보다 늘어났다. 보통 850만~900만 배럴을 비축했었지만 현재 울산 공장 탱크에 저장된 원유는 1100만 배럴이다. 연간 원유 수입 실적도 올랐다. 정유사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2014년에는 190척의 원유선에 2억40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2015년에는 원유선이 207척으로 늘었고, 원유량 역시 2억6700만 배럴로 11% 증가했다.


탱크를 점검하던 서의동 총반장(57)은 "원유 저장 시설의 관건은 적절하게 재고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초저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원유를 운반해 가져오는 한달 반 동안 재고평가 손실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서 반장은 아래가 훤히 보이는 철제계단을 타고 탱크 위로 능숙하게 올라갔다. 육지에서 4km 떨어진 곳에 떠있는 원유선 해비호가 접안을 기다리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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