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새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에너지, 바이오 등 우리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산업 창출과 기존 주력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관련 연구개발(R&D)에 앞으로 2년간 7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4조5000억원 규모의 정책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석유화학ㆍ조선ㆍ철강 등 주력산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에서 선(先)투자를 통해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은 공감할 만하다. 다만 R&D가 하루아침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공률도 높지 않은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하되 예산지원이 '공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앞세운 보고에서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고 R&D, 금융, 세제 등에 지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비스ㆍ문화ㆍ콘텐츠 간의 융합 R&D에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미래 신산업으로 전기차, 스마트카, 지능형 로봇, 웨어러블 디바이스, 산업용무인기(드론), 에너지 신산업 등을 꼽았다.
한계 상황에 봉착한 국내 산업의 현실과 민간 기업의 얼어붙은 투자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산업부의 정책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휴대폰이나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ㆍ전통 제조업은 성장률이 정체 또는 후퇴하면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맹렬한 추격과 선진국의 견제를 동시에 받고 있다. 산업부는 민간이 투자하는 분야를 선택해 지원을 집중, 성과를 조기가시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투자여력이 있는 민간기업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신산업 전략이 나열식에 그친 것은 아쉽다. 한정된 R&D예산을 어떻게 조정할지와 어떤 핵심 기술을 어떻게 문화콘텐츠와 융합해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지 등 구체적인 그림이 드러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상용화에 성큼 앞서가고 있는 전기차와 무인기만 해도 어떻게 경쟁력 있게 키워 미래 먹을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신성장 분야에 매달리다가 산업의 뿌리이자 일자리의 핵심인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는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R&D와 신산업의 가시화는 시간이 걸리고 실패 가능성도 따른다.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이를 신성장동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성장과 신산업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다. 신산업 창출의 불길은 정부의 탁자가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부터 타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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