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유지한 것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악재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새해부터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다. 중국 경제나 국제유가의 흐름이 예상 수준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대외적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등 내수도 낙관하기 어렵다. 작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 이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등 경기 부양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절벽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일각에서 올해 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까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이같은 악재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지만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3.0% 성장을 할 것으로 봤다. 물론 이는 3개월전 추청한 3.2%보다는 0.2%포인트 떨어진 전망치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2.8%), 한국경제연구원(2.6%), LG경제연구원(2.5%) 등 민간연구소 전망치보다는 높은 수준이며 3%대도 유지한 전망치다.
중국발 리스크, 국제유가 급락, 미국의 금리인상 등 수두룩한 하방 위험에도 올해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을 유지한 것은 경제성장률 주요 판단 근거로 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관들이 올해 세계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기초했다. 한은이 예상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3.2%다.
3% 성장률이 저성장을 판단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란 점도 고려된 것으로 관측된다. 성장률은 객관적 데이터와 주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정해진 방법에 따라 산출하지만 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수와 정책의지 등의 판단 부분에서 의지가 개입될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와 소비 활성화 정책 등의 효과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성장률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한은은 전망치가 경제주체들에게 주는 심리적 영향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2%대로 전망치를 떨어뜨릴 경우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밖에 2%대 전망치를 떨어뜨렸을 경우 자칫 시장에서 이를 기준금리 인하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전망치를 2%대로 떨어뜨릴 경우 경기회복을 위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발 리스크가 커진데다 국제유가의 급락 등이 겹치면서 한은이 성장률을 소폭 조정한 것"이라며 "추경이나 소비세 인하효과가 끝나면서 국내 소비가 약간 둔화는 됐지만 정부가 조기에 재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비춘 만큼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