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 당국은 북한이 수소폭탄을 비롯한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소형화ㆍ경량화 기술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4년간 핵무기 소형화ㆍ경량화 기술을 완성하는 데 국가의 역량을 집중해왔다. 2012년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데 이어 2013년 2월에는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어 같은 해 3월에는 '핵무력ㆍ경제건설 병진노선'을 국가적 목표로 공식화하는 등 '핵무장'의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나가고 있다.
핵무기를 운반하는 수단인 중ㆍ장거리 로켓을 개발하면 다음 단계는 핵탄두를 로켓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시키는 작업에 들어간다. 운반 수단과 소형화된 핵탄두를 모두 갖추면 사실상 '핵보유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당국은 북한이 중량 1t 이상의 핵무기를 개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500~600㎏으로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핵융합무기인 증폭핵분열탄이나 수소폭탄도 무게를 줄이면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6일 첫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정보자산을 동원해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을 정밀 감시 분석하고 있다.
국방부와 정보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장인 평양시 용덕동의 고폭실험장 폭발구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폭실험장의 폭발구가 작아졌다는 것은 탄두를 점점 소형화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고 당국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한은 이 실험장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100여차례 고폭실험을 했다. 1989년 용덕동 고폭실험장의 폭발구 크기를 최초 포착했을 때는 폭발구 크기가 4m였고, 2001년에는 1.5m로 줄었고 2000년 이후에는 1m 이하로 줄어든 것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동안 핵탄두 소형화를 서둘러 왔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핵실험을 위해 영변에 위치한 5㎿ 원자로를 지속적으로 가동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2013년에 핵실험을 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탄두 앞부분이 전보다 뭉툭해진 'KN08' 개량형을 공개하고 핵배낭을 선보여 소형화된 핵탄두 탑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특히 최소한 2∼3년 내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신포급(2000t급) 신형 잠수함을 전력화할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북한이 SLBM 자체를 완전히 개발해 전력화하는 데는 4∼5년가량 걸릴 것으로 군당국이 분석하고 있다. SLBM 완전개발이란 바로 핵탄두 장착을 의미한다. 적어도 2400㎞ 이상의 SLBM을 개발하려면 대기권 재진입과 핵무기 소형화(1t이하)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핵무기 소형화 기술을 완성하려고 2006년과 2009년, 2013년 세 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아직은 소형화 기술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보 당국의 평가다. 통상 핵탄두를 실을 수 SLBM에 쓰이는 핵탄두 중량은 648kg이다.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110㎏, 러시아 255㎏, 영국 350㎏, 중국 600㎏, 인도 500㎏ 등이다. 미국은 소형핵탄두를 장착한 크루즈미사일을 개발했고 인도를 제외한 다른 나라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소형핵탄두 미사일을 운용 중이다.
여기에 북한은 사거리 1만~1만2000㎞ 이상의 KN-08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지만 아직 시험발사를 하지 않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열병식에 공개할 ICBM공개여부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북한 영변에서 수백개의 정교한 원심분리기가 설치되어 있고 이미 핵무기를 소형화를 어느 정도 진전시켰기 때문에 미사일을 통해 사거리 등 피해지역을 가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을 실전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내다보는 것도 이런 문제를 포함해서다. 이 의미를 뒤짚어 생각하면 북한의 SLBM에 대해 우리 군이 대응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은 앞으로 5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열병식에서 북한은 '방사능표식'의 배낭을 멘 부대도 다시 등장시켰다. 2013년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7월27일)에 처음 등장했던 핵배낭 부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소형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휴대용 핵무기도 개발했다는 것을 대외에 과시하고 주변국들을 위협하기 위해 핵배낭을 등장시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핵배낭(SADM)'은 소형화된 전술핵무기 중 하나다. 무게가 30∼50㎏정도로 일반 핵무기보다 위력은 떨어지지만 배낭 형태로 짊어지고 목표지점으로 운반이 용이하기 때문에 큰 파괴력을 지닌다.
당시 일부매체에서는 지난 2011년 북한군이 평안북도 일대에 전술핵무기인 핵배낭 부대를 여단급 규모로 창설해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여단은 평안북도 8군단 산하에 새로 배치된 3개 여단 중 '벌목부대'라는 명칭으로 위장하고 있다. 이 여단의 주 임무는 목자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술핵무기를 운영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는 부대라고 전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핵배낭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 냉전시대에 많이 사용되던 것"이라며 "'더티밤(Dirty Bomb)'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을 터트리면 방사능 누출이 많아서 한 지역이 완전히 오염된다"며 핵무기 소형화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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