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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2인자 리더십 3.0 시대…전문가그룹이 뜬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29초

재계 2인자 리더십 3.0 시대…전문가그룹이 뜬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조선의 설계자로 등장하는 정도전(김명민 분)과 재계 대표 부회장들. 왼쪽부터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구본준 LG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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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재계에 부(副)의 전성시대 3.0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이뤄진 국내 대기업 인사에서는 '부'자가 직함에 붙는 부회장과 부사장의 역할이 부각되는 경영구도가 짜여졌다. 창업주 일가와 함께 '부'자를 단 전문경영인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2인자 리더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0버전이 창업세대와 함께 그룹을 일군 창업공신형이 주를 이룬다면 2.0버전은 1세 이어 2세 경영에 들어서면서 등장한 2세 경영자와 가신(家臣)그룹이다. 최근의 3.0버전은 대권승계 과정에 들어선 오너가와 함께 이들을 보좌하는 전문가형으로 분류된다. 가신그룹이 인사, 재무, 비서 등의 출신이 주를 이룬 반면 전문가형은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인사총무, 재무, 영업, 전략, 연구개발(R&D) 등을 거친 게 특징이다.

특히 재계 전반에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당면과제인 구조조정과 미래과제인 신사업ㆍ신성장동력 창출을 책임지는 2인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 최지성은 최초의 실무형 미전실장= 삼성그룹 2인자의 역할도 크게 달라졌다. 그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 삼성그룹 최초의 실무형 실장으로 불리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다. 과거 삼성그룹에서 2인자라고 불리던 인물들 대다수는 인사, 재무통이었다. 전통적으로 '관리의 삼성'이라 불릴 만큼 구조조정실, 미래전략실을 거치며 계열사 사업보다는 조직 관리를 위한 측면이 강했다.

2012년 6월부터 현재까지 미래전략실장을 맡고 있는 최 부회장은 이 같은 룰을 깼다. 최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두루 거치며 반도체, TV, 휴대폰 사업을 맡아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시킨 삼성그룹의 간판 최고경영자(CEO)다. 과거 두 차례에 걸쳐 이건희 회장 비서실에 근무하며 두터운 신임을 쌓아왔다.


최 부회장은 영업통이다. 1980~1990년대에는 구주법인장을 거쳐 반도체 영업 담당을 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TV 사업부장을 맡아 삼성 TV를 세계 1등으로 도약시켰다. 2007년에는 휴대폰을 총괄하는 정보통신총괄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 번 세계 휴대폰 1위라는 신화를 쓴 인물이다.


최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을 맡으며 실의 성격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 관리형 실장과 달리 최 부회장은 현장형, 실무형 실장으로 평가받는다.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고 삼성전자에서 공급자사슬망관리(SCM)를 담당했던 만큼 이를 그룹 전 계열사로 확대하며 삼성전자의 1등 DNA를 계열사로 옮기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차 2인자는 없고 MK 복심은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데다 경영스타일상 그룹 내에 2인자를 두지 않는다. 9명의 부회장단 가운데 김용환 부회장은 정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김 부회장은 그룹 기획조정실의 인사, 인재개발, 전략기획, 사회공헌, 홍보, 감사, 법무, 연구소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정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읽으며 이를 그룹 내에 전파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 내 계열사 간의 업무조정과 시너지효과를 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08년 현대차 기획조정실 사장을 거쳐 2009년 12월 정 부회장 등과 함께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줄곧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2009년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을 7%로 끌어올리고 세계 자동차메이커 가운데 유일하게 판매를 늘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상공의 날 최고 영예인 금탑훈장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재신임 사례도 많다. 윤여철 부회장은 2012년 초 울산공장 노조원 분신 사망사건으로 퇴임했다가 2013년 4월 노무담당 부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재신임을 받았다.


현대차 중국사업을 총괄하다 2014년 4월 부회장직을 사퇴했던 설영흥 고문은 고문 이상의 위상을 가졌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12월 현대차의 야심작인 제네시스 론칭행사에서 정 회장의 바로 옆에서 내빈을 맞았다. 설 고문에 이어서는 김용환ㆍ양웅철ㆍ정의선 부회장이 자리를 했다.

재계 2인자 리더십 3.0 시대…전문가그룹이 뜬다


◆SK 김창근 오너부재 잘 메워= SK그룹의 2인자는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다. 지난 4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렸던 신년 하례회에서 김 의장은 최태원 회장의 바로 왼쪽 옆에 섰다. 많은 임원들 속에서 두 사람이 귀엣말을 나누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최 회장이 구속 중이었던 2014년, 2015년에는 김 의장이 대신 행사를 주재했다.


김 의장은 2013년 2월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맡으면서 탁월한 조정능력과 소통리더십을 발휘해 최 회장의 경영공백 기간 그룹을 충실히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의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 재무팀장(상무)을 맡은 이후 10년여간 최 회장을 보좌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경영 복귀 이후에도 최 회장이 해외나 지방 출장이 잦았는데, 그동안 차분하고 꼼꼼하게 그룹 안살림을 챙기면서 회장을 보좌해 왔다"고 말했다.


◆LG 2인자는 동생= LG그룹의 2인자는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은 오너 일가의 특징인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추고 전자 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부분의 그룹사들이 전문경영인을 2인자로 내세워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LG그룹은 같은 오너 일가의 경영인을 내세워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겨 놓은 것이다.


구 부회장에게 신성장사업을 맡긴 배경에는 오너 특유의 결단력과 장기적인 안목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당장은 손해가 나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신성장 사업의 경우 전문경영인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의 경우 LG 전 계열사의 사업을 지휘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만큼 전체 계열사는 구 회장이 맡고 투자와 안목이 필요한 신성장사업은 구 부회장에게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 2인자 김연배 아름다운 퇴장= 한화그룹에서는 김연배 전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2인자의 역할을 해 왔다. 김승연 회장이 법정구속된 때에도 김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던 김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가 운영됐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김 전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현재는 2인자라고 꼽을 수 있는 사람이 마땅치 않다. 앞서 2014년 4월엔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과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이, 지난해 8월엔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회장 등이 잇따라 퇴진하면서 현재는 그룹 내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는 인물이 전무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전반에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과 투명경영, 윤리경영이 자리를 잡으면서 기업을 권력집단으로 보는 시각도 없어지는 추세"라면서 "부회장의 리더십 모델도 2인자 리더십이 아니라 부회장이라는 권한과 책임에 맞도록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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