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통화량을 늘리거나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사용되었던 통화정책이 9년여 만에 금리를 정상화 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본고를 작성하고 있는 필자는 미국의 경제 주체들이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더욱 실감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주체들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파급영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한국의 기준금리도 인상되는가? 대답은 '아니오'이다. 기준금리 결정의 근거는 '다른 나라'의 기준금리 결정이 아니라, '자기 나라'의 경제 여건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신흥국으로 집중되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올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것을 우려하는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달러페그제를 운용하는 국가들이 대표적이었다. 달러페그제란 자국의 통화를 달러화 가치에 연동해서 운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맥시코, 칠레, 홍콩, 중동국가들이 대표적이다.
한편 일본과 대만과 같은 나라들은 자금유출보다 경제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동결했다. 한국도 자금유출 보다는 저성장세 지속현상을 더욱 우려하고 있는 나라로 분류된다.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된다. 반면 저물가, 내수침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경제회복 속도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의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달러화 강세는 상대적으로 국제원유 및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려 산유국과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의 경제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 한국 수출의 약 25%를 중국에, 약 20%를 아시아 신흥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대상국의 위기는 한국 수출도 위협할 것이다.
한국의 주요 산업에도 적잖은 충격이 올 수 있다. 2016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상하고 많은 나라들이 이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저금리를 유지하던 한국은 대내외 금리차로 인한 투자자금 유출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 최근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오던 주력산업들이 신흥국들과의 기술격차 축소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이러한 주요산업들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자기자본 규모가 축소되고 있고, 대외 채무에 의존하는 경향도 높아진 상황이다. 대내외 금리차로 인해 주요산업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구조조정이 가속화 될 수 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2016년 중반 한국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을 가정하면 주택매매가격이 조정되기 시작할 수 있다. 이미 가계부채에 의존하는 가구들은 특히 변동금리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추가적인 주택매수가 어려울 뿐 아니라 기존에 소유하던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또한 내집마련을 고려하던 가구들도 높아진 이자부담으로 주택매수를 꺼리게 만든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경제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생각이 아직 팽배하다. 등굣길에 비가 안온다고 하굣길에도 비가 안 오라는 법이 없다. 먼저, 수출대상국을 다변화하는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외환위기 우려가 적은 견실한 수출 대상국 발굴에 초점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산업구조의 재편도 가속화해야 한다. 과거 주력산업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전환되었듯이 이제 첨단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재편이 필요하다. 셋째, 부동산 시장의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 건설시장의 과잉공급을 막고, 증가하게 될 미분양주택을 해소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준비 없이 현재에 안주하게 될 경우 비를 맞을 수 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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