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강화에 돈줄 막혀…전셋값 부담에 월세 전환 속도 붙을 듯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초저금리 기조에 목돈 굴릴 곳이 없어지자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급증했는데, '베이비스텝(baby step)'식의 점진적 금리인상으로 이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돈줄이 막히면서 전세로 돌아서지만, 그러기엔 전셋값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월세를 선호하는 '월세시장의 비약적 성장'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대차시장은 '전세의 월세화'가 어느 때보다 가속화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월 기준 전월세 거래량에서 월세(보증부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44.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월 39%에 비해 5.6%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거래건수도 월세는 전년 동월에 비해 16.1% 증가한 5만1395건을 기록한 반면 전세 거래는 같은 기간 7.9% 감소한 6만374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5%까지 떨어지면서 전세보증금과 같은 목돈을 굴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1% 대로 떨어지면서 은행의 '머니무브'가 현실이 됐다. 그동안 전세로 내놨던 매물을 월세로 전환해 수익을 거두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집주인들의 전국 평균 월세 임대수익률은 3.91%로 추정됐다.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임대인뿐 아니라 임차인들도 월세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방안은 분할상환, 고정금리 대출을 원칙으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는 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액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돈줄이 막힌 만큼 대출받아 집을 사는 수요자들이 전세시장으로 건너가게 되지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매매가의 80%가까이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는 "금리기조와 맞물리며 시작된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점차 가속화 될 것"이라며 "집주인들은 여전히 전세로 수익을 얻기 어렵고 임차인들도 오른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베이비스텝(baby step)'식의 금리인상도 집주인들이 여전히 월세시장을 선호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지난 17일 9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내년 3월 한 차례 추가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러한 미국의 금리인상이 통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데 상당한 시차가 걸린다. 결국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인상 움직임이 국내 시장금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국내의 저금리 기조도 상당기간 이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팀장은 "기준금리가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전세시장은 더 없어질 것"이라며 "매매가 약세면 전월세가 강세를 띄는 공식이 내년에도 적용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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