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내년 국제유가는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움직일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바닥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내년 초입 더 오를수도 있지만 하반기엔 에너지기업들의 투자축소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수급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진단이다.
13일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분석실 연구원은 '2016년 국제원유시장 5대 관전포인트'(국제금융 인사이드) 보고서에서 ▲석유수출기구(OPEC)의 생산감소 여부, ▲OPEC 생산정책, ▲원유수요 회복 강도,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달러화 강세, ▲중동과 북아프리카 정정불안 등 다섯가지 문제를 진단했다.
그러면서 "비 OPEC의 감산으로 공급과잉규모가 줄면서 국제유가는 전체적으로 박스권으로 내년에 움직일 것"이라면서 "에너지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하반기에는 수급상황이 균형에 근접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보고서는 미국, 캐나다, 중국 등 비 OPEC국가들의 내년 생산추이가 중요한 변수라고 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유가하락과 투자감소로 내년 미국 원유생산이 일일 886만배럴로 올해 925만배럴에 비해 4.2% 줄것으로 봤다. 멕시코나 케나다, 중국, 러시아 등도 내년 생산량이 줄 것으로 봤다.
원유와 에너지업체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는데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나빠져 문을 닫고 있어서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에너지업체들의 빚부담도 크다. 보고서는 비OPEC 국가들의 내년 에너지 생산감소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OPEC 생산정책도 변수다. 보고서는 "회원국들은 감산 필요성은 공감하나 당분간 현 생산정책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원유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관건이다. 바클레이즈 등 10개 투자은행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원유 수요도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재정상황이 나쁜 신흥국들이 연료보조금을 삭감하고 에너지 소비세 인상 등에 나서고 있는 점도 원유수요를 떨어트리고 있다.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도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미국 달러화는 유가와 역(逆)의 상관관계를 갖는데 금리인상으로 달러화가 비싸지면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되면 유가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사우디, 이란,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예멘, 시리아, 레바논 등 20개국으로 구성된 북아프리카(MENA)의 지정학적 불안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시리아 리비아 예멘에선 내전이 지속되고 있고 이라크의 종파분쟁, 쿠르드 자치정부와 석유수익 배분 갈등 등 정치 사회적 불안정이 있다"면서 "IS 세력확대도 불안요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년 유가는 박스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상저하고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나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은 만큼 시장 불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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