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정치를 '허업(虛業)'이라고 하지만 19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한발 더 나아가 '허언(虛言)'으로 가득찼다. 정기국회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야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정기국회 내 여야 합의 처리키로 한 6개 법안들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양당 지도부 간 어렵게 이룬 합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서비스산업발전법, 사회적경제기본법, 테러방지법 등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국민 안전을 위하는 법이지만 해당 상임위원회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상임위 법안 처리 과정과 결과는 '낙제점'에 가깝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정기국회가 시작된 후 99일 동안 처리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다.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두고 충돌하면서 다른 법안 심사에도 손을 놓고 있다.
상임위 회의장을 벗어나 속기록이 남지 않는 곳에서 법안 심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비공개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예산부수법안을 조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야 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국민의 혈세를 두고 편법적 밀실협상을 벌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간에 쫓겨 벼락치기식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관행도 변하지 않았다. 8일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는 무려 250건의 법안이 상정됐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가 열리는 9일 법안들이 무더기 졸속 처리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 모두 경제와 민생을 외쳤지만 남은 것은 정쟁과 이해충돌뿐이다. 겨우 국회 문턱을 넘긴 법안에 대해선 공치사하기 바쁘고, 잘못은 '네 탓'으로 돌리는 구태도 여전했다. 새누리당의 단독 소집 요구로 국회는 오는 10일 12월 임시국회를 열고 못다 한 숙제를 풀려한다. 남은 숙제를 하려는 건지, 시간 때우기만 하려는 건지 국민들이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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