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영입전쟁 올 717억 풀려 사상최대
커지는 거품·사전 접촉에도 속수무책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몸값 기준이 모호하다. 누구보다 구단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수년째 반복되는 이야기다. 어마어마한 액수가 오가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들린다.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익명을 요구한다. 문제의식은 있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기를 꺼려한다.
그야말로 ‘미친’ 몸값이 프로야구의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1월의 마지막 날 봇물 터지듯 돈다발이 풀렸다. 자유계약선수(FA)들이 잔류하거나 타 구단으로 이적하면서 공개된 몸값 총액은 2일 현재 717억7000만원이다. 지난해 총액 630억6000만원(19명)을 이미 뛰어넘었다.
가장 돈을 많이 쓴 구단은 한화다. FA시장에서 무려 191억원을 썼다. 특히 투수 최대어였던 정우람(30·4년 84억원)을 불펜 최고액에 영입했다. 롯데 투수 심수창(34)도 4년간 13억원에 데려왔다. 김태균(33)과 조인성(40)은 각각 4년간 84억원, 2년간 10억원에 붙잡았다.
롯데의 씀씀이도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허약했던 불펜진을 메우기 위해 윤길현(32·4년 38억원)과 손승락(33·4년 60억원)을 98억원에 영입했다. 간판 선발투수 송승준(35·4년 40억)까지 잡으며 총 138억원을 썼다. NC는 박석민(30)에게만 최대 96억원(보장액 84억원·옵션 10억원)을 몰아주며 타선의 무게감을 더 했다. 이는 역대 FA 최고액이다.
아직 FA를 선언한 네 명은 거취를 정하지 못했다. 오재원(30), 고영민(31·이상 두산), 박재상(33·SK)과 미국프로야구 진출을 타진하는 ‘최대어’ 김현수(27·두산)다. 두산은 김현수가 잔류를 택할 경우 100억원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돈 잔치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매년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구단들은 모기업의 지원이 한계에 이르고 수입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거품이 낀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선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아 시장의 불균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조심스럽게 공멸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대로라면 100억원 시대가 열리는 건 시간문제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여전히 FA 영입으로 단기간 팀 전력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어렵게 선수를 육성하기보다 보장된 선수를 쉽고 간편하게 사들이는 정책을 선호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템퍼링(정해진 기간 전에 선수와 접촉해 계약을 제시하는 행위)이 이런 과열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오래전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으나 막상 불법행위의 근거를 수집하는 데 소극적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 전에 일벌백계가 필요해 보인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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