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교수 투신자살 이후 3개월째 현재진행형
부산대·강원대·경상대는 직선제로 선출 완료
교육부는 '간선제' 강행…직선 총장 임용제청 거부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총장 선출 방식을 놓고 전국 국립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지난 8월 고(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투신자살 이후 부산대를 비롯한 국립대 곳곳에서는 총장 직선제 전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간선제 강행 방침은 확고하다. 직선제를 도입할지, 직선제로 뽑은 총장이 임용될지를 두고 혼선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총장 선출방식을 둘러싼 교육부와 국립대간 갈등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했던 국립대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각종 파벌과 비리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총장 선거에서 비리를 저질러 형사재판까지 받는 교수가 나왔고 대학은 교수들간의 파벌 다툼이 종종 일어났다.
이에 교육부는 2012년 국립대 개혁안의 일환으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해 간선제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교육부는 국립대 재정지원 사업 평가 항목에 총장 간선제 전환 내용을 포함시키고 대학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 스스로 바꾸도록 했다. 이에 재정적 압박을 느낀 국립대들은 대부분이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교육부는 국립대가 간선제로 추천한 총장 후보들마저 줄줄이 임용을 거부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경북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등의 1순위 후보자의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재추천을 요청했다. 하지만 각 대학에서 이에 반발하면서 경북대에서는 15개월 째 총장 공백 상태를 유지해야했다.
직선과 간선을 불문하고 임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교육부와 국립대간 갈등은 커졌다. 그러던 와중 지난 8월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직선제 사수를 외치며 투신자살, 선출방식은 뜨거운 대학가 이슈로 발전했다. 당시 교육부의 압박 속에서도 직선제를 고수해오던 부산대가 끝내 간선제로 전환하려 하자 고 교수가 극단적 선택을 통해 직선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뜻을 남겼고, 이로인해 대학가마다 직선제 확대 이슈가 뜨거워진 것이다.
결국 고 교수의 죽음 이후 부산대는 총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유지하기로 하고, 지난 17일 학교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자 2명을 선출했다. 부산대 총장 1순위 후보자로는 전호환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2순위는 정윤식 통계학과 교수가 당선됐다. 부산대는 다음주 이 두 후보를 무순위로 교육부에 총장 임용 제청을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부산대 총장 임용제청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는 "임용 제청 신청이 오면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가 총장직선제 폐지 입장을 고수하며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할 경우 임용 제청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데다 부산대의 임용제청을 받아들이면 다른 국립대에서 직선제 전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산대 뿐 아니라 강원대와 경상대도 직선제를 강행하기로 해 충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강원대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달 투표를 진행해 직선제 전환을 확정했다. 이후 투표 방식이나 선거인단 구성 등에 대해 논의하며 선거 절차를 밟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경상대도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직선제 방식을 확정하고 다음달 9일 신임 총장을 선발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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