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법조X파일] 가족 없이 죽으면 해부용 시체 신세?

시계아이콘01분 4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무연고 시신, 의과대학 해부용 강제하는 법안…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급제동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가족 없이 홀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은 편안하게 묻히지도 못하고 ‘해부용 시체’ 신세로 전락한다?


황당한 주장으로 들릴 수도 있다. ‘1인 가구’가 보편화한 세상에서 다양한 이유로 가족과 단절된 이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편안하게 잠들 수 없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문제는 터무니없는 얘기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시체 해부 및 보전에 관한 법률’ 제12조를 둘러싼 비밀이다.


해당 조항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했을 때는 지체 없이 그 시체의 부패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의과대학의 장에게 통지해야 하며, 의과대학의 장이 의학의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해 제공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법조X파일] 가족 없이 죽으면 해부용 시체 신세?
AD


지방자치단체장은 무연고 시신이 발생하면 의과대학장에게 이를 알리고 연구용(시체해부용)으로 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아니고 ‘해야 한다’라는 의무가 담긴 조항이다.


이러한 법률이 존재했던 것은 과거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을 둘러싼 ‘슬픈 사연’과 관련이 있다. 의과대 해부학 실습은 일본 강점기 전후로 해서 경제적 빈곤 등의 이유로 길거리에서 죽은 행려 사망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후에도 해부용 시체 확보는 대부분 행려병자나 무연고 시체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자 관련 법률이 만들어졌다. 1962년 2월 시체해부보존법이 제정됐고, 2012년까지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핵심 내용은 큰 변화가 없었다.


가족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는 ‘무연고 시신’은 의과대학이 원할 경우 해부용 시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강제 조항이 법률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여러 사연에 따라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 비극적인 삶의 마무리를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아픈 사연’을 지닌 한 여성이 용기를 내서 법에 호소했다. 1962년생 미혼 여성인 A씨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루푸스라는 질병을 앓고 있다. 그의 부모는 모두 세상을 떠났고 형제들과도 30여년간 연락이 두절돼 사실상 연고가 없는 사람이다.


[법조X파일] 가족 없이 죽으면 해부용 시체 신세?


A씨는 2012년 5월 언론보도를 통해 ‘시체해부보존법’의 내용을 알게 됐다. A씨는 해당 법률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국선대리인을 통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1962년 제정돼 지금까지 존재하는 ‘시체해부보존법’은 운명의 순간을 맞이했다. 헌법재판소는 11월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국민 보건 향상이나 의학교육 등 공익적인 목적이 있더라도 사후 자신의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세상은 변하고 법도 그것에 맞게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과거처럼 무연고 시신에 의존해 해부실습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시신 기증’의 방법으로 의과대학이 필요로 하는 해부용 시체를 확보하고 있다.


헌재는 “최근 5년간 (시체해부보존법에 따라) 해부용 시체를 제공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의과대학 해부용 시체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관련 법률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헌재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제 관련 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인이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위헌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