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창조경제박람회서 ETRI 실내 시승 행사
스마트워치로 자율주행차 부르고 자동으로 주차
"실제 실외 주행 위해선 넘어야할 산 많아"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차량에 탑승하세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한 연구원이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에서 자동차를 호출하자 한 켠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가 기자 앞으로 오더니 멈춰섰다.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5창조경제박람회장 D홀. ETRI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시승행사를 가졌다. 시승 행사전 기자도 자율주행차를 타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자율주행차를 타면서 어렸을 때 TV에서 봤던 외화 '전격Z작전'을 떠올랐다. 손목시계로 부르면 주인을 찾아오고 스스로 판단 능력을 갖춰 임무를 완수하는 '키트'말이다. 아직 키트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자율주행차가 도착해 문을 열고 타니 연구원이 스마트워치에서 주행 시작 메뉴를 터치했다. 실내임을 감안해 자동차는 시속 8Km로 제한됐다. 10미터쯤 주행하니 횡단보도가 나타났다. 자동차는 횡단보도에서 잠시 멈춰선 후 우회전을 했다.
그후 자율주행차는 T턴으로 방향을 180도로 바꾸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스마트워치에 나타난 후 하차했다. 무인주차 버튼을 누르니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후방주차했다. 총 주행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ETRI가 이번에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카메라로 차의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을 이용했다. 차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자율주행차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술이다. 오차범위가 적을 수록 정확하고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구글은 카메라가 아닌 고가의 레이저스캐너 장비를 이용해 자율주행차를 개발, 미국에서 시범 운행중이다. 레이저스캐너 가격만 1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자동차값이 비싸질 수 있다. 손주찬 ETRI 책임연구원은 "카메라를 이용할 경우 개발 비용이 저렴하며 위성항법장치(GPS) 신호가 닿지 않는 실내에서도 위치를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TRI의 자율주행차는 앞과 뒤 사이드미러에 카메라를 내장했다. 이 카메라가 차선을 인식한 후 미리 만들어 놓은 행사장 도로 지도(맵)와 매핑하는 방식이다. 실외에서 실제 자율 주행을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지도를 구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ETRI는 2020년까지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메라를 통한 위치 측정의 오차 범위를 50㎝이내로 줄이고 시내에서 50~60㎞속도로 자율주행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기자는 이번에 시승한 자율주행차만으로도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었으나 전문가들은 아직 갈길이 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 주행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벽들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신호등을 인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저마다 다른 위치에 서 있는 신호등 중 기계가 자기에 해당하는 신호만을 찾아내도록 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구글이 요즘 강조하는 '머신러닝' 기술이 자율주행차에서도 필요하다.
ETRI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반 기술 확보와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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