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지명 기자]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이냐 확정기여(DC)형이냐. 근로자 본인이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DC형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지만, DC형보다 DB형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근로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퇴직연금을 굴릴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판단과 운용손실이 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모든 사항을 근로자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데 따른 우려 탓이다. 그러나 DB형 역시 퇴직연금 수급 보장에 대한 모든 사항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기업에 있기 때문에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DB형이나 DC형 중 어느 한쪽이 절대 유리하거나, DB형이 안전한 것도 DC형이 위험한 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DB형과 DC형을 합치면 어떨까.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퇴직연금 DB형과 DC형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퇴직연금, 캐시밸런스(Cash Balance, CB)형 퇴직연금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CB형 퇴직연금 제도는 각 근로자들에게 가상의 계좌를 설정해 매년 연봉에 따른 급여부담액을 적립해주고, 적립금에 대해 일정한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수익을 더해 준다.
이 제도는 기업이 연금자산을 일괄적으로 운용하고, 근로자 퇴직 시 일정한 연금을 지급하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DB형 퇴직연금 제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 매년 근로자별로 가상의 계좌를 설정하고 정해진 급여부담액과 이자수익 등 사업주 기여분을 적립해 준다는 측면에서 DC형 퇴직연금 제도와 유사한 점이 있다.
다만 근로자 개인별 적립금액에 대해 미리 정해진 이자율 지표 또는 고정이자율을 적립금에 적용한 이자수익을 더해 줌으로써 퇴직자산의 운용위험을 기업이 부담한다. 이러한 가상계좌는 장부상으로만 기록되고 각 근로자들의 연금액을 통합한 총 연금자산은 사업주에 의해 보수적인 기금운용 성과지표를 기반으로 투자되기 때문에 금융시장 변동성으로부터 보호된다.
1985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의해 처음 도입된 미국의 CB형 퇴직연금 제도는 2013년 기준 전체 DB형 퇴직연금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2002년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CB형 제도로의 전환이 활발해지고 있다.
CB형 퇴직연금 제도는 기업의 퇴직연금 부채를 줄여 기업의 부담을 절감시켜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근로자의 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근로자 입장에서 DC형 퇴직연금 제도에 따르는 직접 투자운용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게 돼 투자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며, 총 연금의 지급액을 기업으로부터 보증받기 때문에 은퇴 후 연금자산이 줄어들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평균 근속년수가 짧고 이직이 많은 근로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게 되면 퇴직시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연금 수준이 결정되는 DB형 제도보다 근로자들에게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서지명 기자 sjm070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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