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랑스 정부가 테러 용의자 색출을 위해 금융 당국의 계좌 추적 권한을 강화한다.
테러에 고가의 무기와 장비가 이용되는만큼 자금 추적만으로도 테러 용의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파리 연쇄 테러의 주범들은 최소 2개 호텔 방과 생드니의 아파트를 임대했다. 차량도 최소 3대를 빌렸다. 테러범들이 사용한 칼라시니코프(AK-47) 소총도 브뤼셀에서 매입했다면 최소 1000~2000유로를 지급해야 하는 무기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재무부 산하 '비자금 경로 감시국(트락팽·TracFin)'에 테러 용의자들의 계좌를 조사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트락팽이 계좌를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트락팽이 계좌를 조사할 수 있는 사람들에는 프랑스 정보당국이 'S파일(Fiches S)'로 분류하고 있는 1만5000명의 명단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보당국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의심되는 잠재적 테러용의자를 훌리건에서부터 이라크·시리아에서 돌아온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에 이르기까지 15가지 목록으로 세분화해 S파일로 분류해 놓았다. 범법자가 아니더라도 S파일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
파리 테러 후 파일S에 포함된 용의자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최근 파일S에 분류된 이들을 전자적인 방식으로 구별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셸 사팽 재무장관은 파리 연쇄 테러에 이용된 선불은행카드(prepaid bank card)에 대한 감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선불은행카드는 이용자의 신원 노출 없이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카드다. 선불은행카드를 이용하면 신원 노출 없이 한 번에 최대 250유로까지 결제가 가능하고 1년에 최대 2500유로를 채워 사용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1분기부터 선불은행카드의 이용 조건을 좀더 까다롭게 할 계획이다.
트래팽의 브루노 댈스 국장은 "선불은행카드가 해외에서 발급돼 프랑스에서 호텔 예약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며 "지하경제와 조직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자산 동결 권한도 강화된다. 이에 따라 트락팽이 테러범이나 용의자들의 은행계좌, 부동산, 사회보장기금 자산을 동결할 수 있게될 것으로 보인다.
사팽 장관은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당국의 자금 추적 권한을 강화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유럽 국가들이 국제은행간 통신협정(Swift)에 따른 거래 시스템 자료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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