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조인경 기자]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이 유력해지면서 한국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는 주된 동력이 저금리 기조이기 때문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계부채 관리방안까지 더해지면 부동산 수요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다수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자체의 파장은 예상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열악한 상황이어서 한국은행이 국내 금리를 급격히 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미국 금리 인상 이슈가 전면적으로 부각될 것이나 한-미 간 경기회복 속도 차이, 글로벌 통화 완화 기조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복 국면에 들어선 미국 경제와 달리 한국 경제의 저성장ㆍ저물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미국 금리와의 동조화가 과거보다 느슨해질 것이란 진단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내 금리가 소폭 오른다고 해도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최근 국내 경제 여건상 미국과 동조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면서 "중기적으로 0.25%포인트 정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 부동산시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대출했다고 했을 때 0.25%포인트 금리가 오를 경우 연간 이자는 25만원, 월 2만원 정도 추가되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과거 하우스푸어의 교훈이 있어서 무리하게 대출받은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가계대출 총액과 건수가 많지만 개인별로 보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금리 인상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1980~90년대처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엄청난 충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매우 조금씩 할 것이며, 한국은행에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을 봐가며 인상할 수밖에 없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내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예의주시해야 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 시장에서 금리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으므로 금리 변동에 따른 시장 변화 가능성이 확대됐다"면서 "하반기 금리 상승 폭은 거시경제의 어려움 등으로 제한적이겠지만 내년 이후 금리 상승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받을 하방 압력도 커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 상승시 투자 수요가 적극 유입되고 있는 분양 시장 변동성이 클 것이며 전매 물건 증가에 따른 입주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자칫 미국 금리 인상에 의해 국내 주택 가격이 급속도로 하락하게 될 위험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보다 직접적인 발등의 불은 대출 규제다. 금융당국은 원칙적으로 비거치식 분활상환을 통해서만 주택구입 자금용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등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공급과잉 논란과 함께 정부가 가계부채 속도 조절을 명확히 강조하면서 시장이 이미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며 "주택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합수 부센터장 역시 "정부가 거치식 대출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이 커지는 셈"이라며 "내년 1월 시행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수준에 따라 시장에 위축을 줄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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