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올 국가·공공기관 파견 인원 112명…인력난에 정작 금융기관 검사기능 약화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 지난해 11월 21일 구성된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에는 금융감독원 직원들도 합류했다. 이들은 해군의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를 파헤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리 수사의 핵심이었던 자금 추적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다. 그들 중 현재 금감원에 복귀한 직원은 1명 뿐. 나머지는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KFX(한국형 전투기사업) 문제가 불거지면서 또 다른 파견 생활이 이어지는 것이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 파견되는 금감원 직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 불법 자금 흐름에 들여다보는데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그 바람에 금융기관 검사 인력은 늘 빠듯한 상황이다.
◆국가·공공 기관 파견 인력 해마다 증가 = 24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금감원이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에 파견한 직원은 2011년말 57명, 2012년말 75명, 2013년말 86명, 2014년말 109명, 2015년 10월 31일 기준 11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9월말에는 국가보훈처 요청으로 생명보험검사국, IT검사실, 특수은행검사국 내 직원들이 한달여간 재향군인회에 지원나가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 범죄 수사를 협조하기 위해 검찰·경찰 등에 금감원 직원들이 파견되는 경우는 흔하지만 재향군인회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국가공무원법, 공무원임용령, 금감원 인사관리규정 등을 근거로 대외기관에 직원을 파견한다. 금융위원회 설치법과 금융기관 설립 근거법률에 따르면 금감원 업무는 금융위원회와 금융위를 소속으로 두는 기관에 대한 업무지원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거의 모든 정부 기관이 금감원 직원을 원하는 것이다. 금감원 직원들이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금융 범죄 수사, 회계 감사에 도움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직원들이 한번 털어놨기 때문에 나중에 감사원의 감사를 받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 검사 기능 약화 우려 = 국가·공공기관 파견이 늘면서 본연의 업무인 금융기관 검사 기능은 약화됐다. 검사부서 인원은 2014년 582명에서 올해 567명으로 줄었다. 단적인 사례도 있다. 지난 11월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검사 인원은 26명이었는데 2013년 종합검사 당시 투입된 33명에 비하면 7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컨설팅 방식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인력난을 가중시킨다. 기존처럼 문제점을 지적하던 데서 벗어나 해법까지 제시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시간과 인력이 더 필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나가기 전에 철저히 준비를 하지만 현장에 가면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가 생기는게 다반사”라며 “검사 인력을 더 늘려도 모자랄 판에 공공기관 파견이 많아지고 있어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파견나간 직원이 인사상 불이익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견 기간에는 인사 고과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민 의원은 “금감원의 검사인원을 외부기관에 파견하는 것은 본연의 금융기관 검사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필요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