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1983년 여름 삼성전자는 이윤우 반도체연구소장(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을 비롯한 반도체 연구진을 미국 마이크론에 보냈다. 한국반도체 시절 갖고 있던 기술로는 D램 개발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당시 가장 앞선 D램 기술을 가진 마이크론으로 기술 연수를 떠난 것이다.
눈칫밥을 먹고 PC를 봤다는 이유로 제대로 배운 것 하나 없이 눈물을 흘리며 쫓겨 와야 했던 그 시절에서 30여년이 지났다. 한국반도체 시절까지 더하면 41년이다.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서는 부동의 1위에 올랐고, 인텔을 턱끝까지 쫓으며 숙원이던 세계 종합반도체 시장 1위까지 마지막 한 발을 남겨 놓고 있다.
24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종합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2%로 1위 인텔(13.6%)과의 점유율 격차는 1.6%p다. 지난 5년 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 2012년 9.5%, 2013년 10.1%, 2014년 10.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 삼성전자의 종합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8.7%로 인텔의 15.4% 대비 절반 정도에 불과했지만 매년 0.8%p 가까이 점유율 격차를 줄여 나갔다.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인텔과 종합반도체 시장 1위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IHS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5.2%까지 급증했다. 2위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7.3%, 3위 마이크론은 20.4%다. 2, 3위를 합쳐야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2분기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8.3%로 2위 도시바에 11.6%p 앞서 있다. 3분기 점유율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시장 구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30여년 전에는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워왔지만 지금은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는 물론 2~3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4.1%의 점유율을 차지해 4위를 기록했다. 1위 인텔(19.5%), 2위 퀄컴(6.7%), 3위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5%)로 아직 상당한 격차가 남아있다.
지난 12일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한 2세대 모바일 원칩 '엑시노스8 옥타'를 공개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핵심인 코어를 삼성전자가 직접 설계했고 LTE 모뎀도 내장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앞세워 퀄컴과 AP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계획이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에는 3위 텍사스인스트루먼트를 잡은 뒤 퀄컴과 시스템반도체 시장 2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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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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