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2일 국무회의에서 서울현충원 안장 결정...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300m 거리..22~26일 5일간 국가장으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살아 생전 둘도 없는 라이벌이자 동지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까운 곳에 묻힌다.
정부는 22일 오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날 새벽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지를 국립서울현충원으로 결정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택(幽宅)은 현충원 내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국가원수 묘역이 아니라 자택이 위치한 상도동과 가까운 장군 제3묘역과 제2묘역 사이 능선으로 정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과는 약 300m 떨어진 곳이다.
'양김씨'라는 호칭으로 통하던 두 전직 대통령은 1960년대 후반 야당 내 '40대 기수론'의 선두 주자로 영남-호남의 야당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들이었다. 두 사람이 맞붙었던 승부는 매번 치열했다. 최초의 승부처였던 1969년 야당 신민당 원내총무 경선에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1년 후인 대통령 후보 경선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기는 등 엎치락뒤치락했다. 이들은 이후 30여년간 유신ㆍ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이끌면서 나중엔 대통령직까지 주고받았다.
김 전 대통령의 유택이 국가원수 묘역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워낙 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06년 최규하 전 대통령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9년 묘역 크기를 줄인 후에야 안장됐다. 김 전 대통령의 유족도 서울현충원 안장을 강력히 요청함에 따라 정부가 국가원수 묘역 외의 부지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를 오는 26일까지 5일간 국가장으로 치른다. 장례위원장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장례집행위원장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맡는다. 장례위원회엔 정부 전ㆍ현직 고위 인사와 유족, 학계ㆍ종교계ㆍ재계와 사회단체 대표 등 9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장이 엄수되는 것은 2011년 전면 개정돼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국가장법'에 따른다. 전직 대통령 등 '국가나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서거했을 때 국가 차원에서 치르는 장례를 말한다. 5일장으로 이 기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조기를 내건다.
이전에는 '국장ㆍ국민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장과 국민장이 존재했다. 국장과 국민장이 통합된 계기는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 때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장례 절차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유족과 민주당은 국장을 희망했으나 정부는 국민장에 무게를 실었다. 논란 끝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는 정부가 유족들의 뜻을 수용해 국장으로 엄수됐다.
이후 정치권과 정부는 국장ㆍ국민장제도 개선에 나섰다.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를 놓고 불필요한 사회ㆍ정치적 갈등을 빚을 필요가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2011년 '국장과 국민장'을 '국가장'으로 통합했다. 기존 '국장ㆍ국민장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도 '국가장법 및 시행령'으로 전면 개정했다.
한편 영결식은 오는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엄수된다. 안장식은 영결식 종료 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다. 유족 뜻에 따라 기독교식 장례 의식이 포함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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