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G20 APEC ASEAN 등 7박10일 순방성과는?]
[쿠알라룸푸르·서울=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오전 7박 10일간의 국제 다자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14일 터키 안탈리아로 출국해 15~1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어 17~2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거쳐,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3(한ㆍ중ㆍ일) 정상회의, 한ㆍ아세안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잇따라 참석했다.
◆아태지역 경제공동체 건설 주도 = 아태 국가들이 '유럽연합'과 같은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려는 시도의 최종 종착지는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 창립이다. 이에 미국이나 중국 모두 공감하지만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쟁이 존재한다.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경로'로 삼자는 것이고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주장한다. 한국은 논의가 먼저 시작된 RCEP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TPP가 속도를 내자 마음이 급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번 APEC, ASEAN 관련 회의에서 RCEPㆍTPP 모두 중요한 경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참여 국가들이 협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펼쳤다. 미ㆍ중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 FTAAP으로 가기 위한 다양한 경로에 동등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다만 2016년으로 타결 목표시한이 1년 연장된 RCEP과 달리, 이미 협상이 마무리된 TPP에 참가하기 위한 행보에 집중했다. 창립국으로 참여하지 못한 실기(失期)를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중 멕시코ㆍ캐나다ㆍ베트남ㆍ호주ㆍ페루 등 TPP 창립국 정상과 따로 회담을 가지며 향후 TPP 가입협상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을 펼쳤다.
◆"한국도 목소리 내라"…오바마 요구에 응답 = 국제적으로는 남중국해 영토분쟁을 둘러싼 미ㆍ중 간 갈등이 주목을 끌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G20에서 ASEAN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를 따라다니며 중국의 팽창주의를 비난했다. 중국은 '긴장을 높이는 행동을 중단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내놓은 발언 중 가장 분명한 표현을 써가며 분쟁 해결을 촉구했다. 일단 "비군사화 공약을 준수하라"며 중국의 군사기지화를 경계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중국이 국제 규범을 지키는 데 실패한다면 한국도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요구한 데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모든 당사국들이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중국과 맞서는 모양새는 최대한 피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테러ㆍ아베ㆍ반기문ㆍYS에 묻힌 성과 =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10일간의 다자회의 성과는 대내외 빅이슈들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출국 하루 전 터진 파리테러가 G20ㆍAPEC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고, APEC과 ASEAN에서는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남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일 정상회담 후 위안부 문제 해법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도 관심을 끌었지만, 의미 있는 대화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2일 전해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소식도 순방 성과를 덮어버림으로써 이른바 '순방 징크스'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ㆍ서울=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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