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반기문 사무총장의 방북 계획이 사실이라고 유엔(UN)이 밝히면서 정치권에는 '반기문 대망론'의 불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9일 한반도 대화 증진과 평화 안정을 위한 반 총장의 북한 방문을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의 이번 행보는 역대 유엔 사무총장 중 세 번째 방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이후로는 처음이다.
방북 계획이 정식으로 확인되면서 여의도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주 '반기문 대통령 - 친박 총리(친박근혜)' 시나리오를 촉발한 친박발 개헌론에 이어 일주일도 안 돼 방북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나온 시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개헌론에 불씨를 당긴 건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다. 여당 사무총장을 지냈고 3선 의원인 홍 의원은 지난 12일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의 이원집정부제가 현재 5년 단임제 대통령보다 더 정책의 일관성이 있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총선이 끝난 이후에 개헌을 해야 된다는 것이 현재 국회의원들의 생각이고 국민의 생각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시기까지 언급했다.
이에 청와대와 친박은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지난해 10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상하이발 개헌 발언에 극렬한 반대를 외쳤을 때와는 확연한 온도차를 보였다.
친박계는 홍 의원이 언급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대해 상당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확실한 차기 대권 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반기문 대통령 - 친박 총리' 구상은 친박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라는 것이다.
반 총장이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에 대해 소정의 성과를 거두면 '통일외교 대통령' 후보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뚜렷하게 각인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원집정부제 개헌 뒤 친박 총리 후보와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반 총장이 러닝메이트를 이뤄 차기 대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친박의 장기 집권도 가능해 질 것이라는 그림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개헌에 이은 방북까지 친박의 '반기문 띄우기'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반기문 대망론'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여권 내 비박(비박근혜)은 반 총장이 대선 후보로 거론될수록 본인들에 대한 견제로 받아들여 내심 불편한 기세가 역력하다. '반기문 대망론'은 내년 20대 총선에 다수의 친박 의원들이 여의도에 입성하고 이 의원들의 주도로 개헌을 이루자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비박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 17일 친박 일각에서 제기한 '반기문 대망론'과 이원집정부제 개헌 문제에 대해 "아주 계획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일부의 바람, 의망사항 정도라고 본다"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야권 또한 반 총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8일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조합에 대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아주 관계가 깊은 분이 허수아비 대통령을 하라는 것이냐고 기분 나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반 총장이 친박 내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것을 경계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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