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29년만에 누적 1000만대 판매…카터 정부도 드려웠나, 아산의 열정
美대사 "독자개발 포기땐 원하는대로 해주겠다" 회유까지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포드의 차를 조립하며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현대자동차는 최근 미국 시장에 진출한지 29년만에 누적 판매 1000만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현대차는 1986년 울산 공장에서 생산된 엑셀을 통해 미국 시장에 첫 진출, 첫 해 16만8882대 등 진출 4년만에 현지 판매 100만대를 넘겼다. 이후 진출 13년만인 1999년 누적 판매 200만대를 달성하고 2002년 300만대, 2005년 4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앨라바마 공장이 준공된 2005년 이후부터는 연 평균 6%대의 성장을 거듭하며 본격적으로 판매에 탄력이 붙어 2007년 500만대, 2009년 600만대, 2011년 700만대, 2013년 800만대, 2014년 900만대를 차례로 넘어섰다.
현대차는 미국 진출 29년간 엑셀을 비롯해 총 15개의 차종을 선보였다. 현재는 ▲엑센트 ▲엘란트라 ▲벨로스터 ▲쏘나타(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아제라(국내명 그랜저) ▲제네시스 쿠페 ▲제네시스 ▲에쿠스 ▲투싼 ▲싼타페(맥스크루즈 포함) 등 전 차급에 걸쳐 총 11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1985년 출시돼 30년 간 동일한 차명을 유지하며 국내 최장수 단일 브랜드로 기록되고 있는 쏘나타로 미국에서는 1989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이달까지 총 249만8203대가 판매됐다.
현대차의 이같은 행보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자동차 사업을 처음 일으켰던 당시를 떠올리면 더욱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정 회장은 포드의 코티나 조립으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고 포드와의 결별로 독자 모델 개발에 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특히 포니를 개발한 후 미국은 정 회장에게 자동차 독자 개발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1977년 5월 리처드 스나이더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정 회장을 만나 "현대가 계속 독자 생산을 고집한다면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해외사업에서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나이더 대사는 독자개발을 포기하면 포드, GM, 크라이슬러와 연결, 현대가 원하는 유리한 조건대로 조립생산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회유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제 막 성장하는 소년기인 한국에 자동차 산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곧 5000달러가 될 것이며 쉽지 않겠지만 열심히 하면 자동차 수출도 가능하다"고 이를 거절했다.
정 회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진출 29년만에 1000만대 판매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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