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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소송 팔걷어붙인 법무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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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2011년 4월, 정부가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방파제 사업 입찰을 코앞에 두고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설사 5곳의 입찰업무 담당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금액은 1200억원 규모였다. 업체들은 서로 짜고 기준금액을 살짝 밑도는 선에서 낙찰가를 정하기로 했다. 결국 대부분의 업체가 1100억원대 후반의 금액을 적어냈고, 불과 1000만~2000만원 차이로 S사가 공사를 따냈다.


정부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대한 입찰담합의 전형적 사례다. 법무부가 이런 행태에 철퇴를 가하기로 했다.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가급적 많은 나랏돈을 주머니에 챙겨넣으려고 하니,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혈세가 심각하게 낭비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는 최근 5년 간 정부발주 공사 및 입찰ㆍ수주 내역을 분석했다고 한다. 발주금액은 약 7조원이었다.

그런데 담합을 통해 건설사들이 부당하게 가져간 돈은 약 1조500억원으로 추정됐다. 총 발주금액의 20%를 넘는 돈이 건설사들의 담합으로 유출됐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담합행위를 적발해 지속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8000억원이 넘는 과장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것이 '실질적'으로 제재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기업들이 과징금을 물고서도 결국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법무부는 이런 부조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보고 손해배상 소송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18일 "앞으로는 정부발주 건설사업 입찰과 관련해 공정위에서 과징금 처분을 받거나 검찰ㆍ경찰의 처분을 받는 모든 사례를 일일이 살펴보고 제재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원칙적으로 모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작업은 법무부 내 '국고손실 환수송무팀'이 주도한다. 법무부는 이미 S사를 포함한 5개 업체를 상대로 251억원 규모의 손배소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앙정부 기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 또한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에 따른 피해에 노출돼있다"면서 "경우에 따라 법무부가 협력해 소송을 진행토록 하는 등 광범위하게 대응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4대강 관련 입찰비리 등 정부발주 건설사업 관련 각종 입찰비리로 나랏돈이 특정 기업들에 부당하게 흘러들어간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제재 관련 규정이 특별히 정비되지 않는 한 법무부의 손배소는 앞으로 줄을 이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런 방침을 세우는 과정에서 미국의 '링컨법(부정청구법ㆍFalse Claims Act)'을 참고했다.


부당하게 국고손실을 야기한 경우 형사처벌 등과 별개로 이익의 3배를 환수토록 하는 법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주도로 만들어져 '링컨법'으로 불린다.


법무부가 각종 유형의 '국고손실 비리' 중에서 정부발주 건설사업 관련 입찰담합 비리에 특별히 초점을 맞춘 건, 국내 건설업계의 담합 관행이 그만큼 뿌리 깊고 손실 규모도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건설업계는 이런 식으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송액이 연간 수천억원 규모에 달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뜩이나 적자를 내는 사업장이 많은 상황이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기도 안 좋은데 소송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출혈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과거의 담합사건으로 인해 건설산업 전반이 나쁜 이미지로 덧칠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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