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가 발생하고 뉴욕 주식시장이 처음으로 거래가 이뤄졌던 16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1.49% 올랐다. 이튿날인 17일에는 유럽의 독일과 심지어 테러 피해국이었던 프랑스 증시가 2%대 중반의 급등을 기록했다. 파리 시내가 여전히 비통한 슬픔에 잠겨 있는 속에서도 파리 증권거래소의 투자자들은 쾌재를 불렀던 셈이다. 테러와는 무관하게 돈의 흐름을 좇아가는 자본주의의 비정한 단면을 보여줬다고도 볼 수 있다.
주식시장이 파리 테러에 쾌재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있었다. 테러의 배후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일 가능성이 높고 이에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높아지면 원유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관측에 주식시장이 오른 것이다. 실제 16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2.45%나 올라 뉴욕증시 상승 동력이 됐다.
이번처럼 테러ㆍ대형 참사 등이 있을 때마다 금융시장은 되레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이노미스트는 최근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후 세계 주식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이유와 관련해 잇따른 테러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가 테러의 시대가 될 것임을 예고했던 2001년 9.11테러가 있은 후 뉴욕증시는 테러 충격에 따른 증시 낙폭을 한 달만에 모두 만회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시의 경험을 통해 대형 참사가 주가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오히려 싼 값에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17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파리 테러가 유럽 경제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의 파리 테러로 유럽 중앙은행(ECB)이 기존 양적완화 정책을 확대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유럽 경제 부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티그룹도 프랑스 파리 테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결론냈다. 시티그룹은 내년 프랑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 1.6%가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소비 위축은 일시적일 것이고 오히려 정책상 추가 부양 조치가 나오고 정부의 국방비 지출도 늘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2011년 8월 미국 버지니아주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해 경제 피해가 컸어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경제적 피해가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진지하게, 만일 이번 지진이 더 큰 피해를 주었더라면, 더 많은 재정 지출과 그에 따른 경제성장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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