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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300%·손실보전' 비극으로 끝난 사모펀드 악몽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8초

-증권사 투자상담사 '은밀한 유혹'
-1년간 ELW투자 돌려막기 후 자살…법원 "개인적 거래" 투자자 패소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소수의 투자자만 비공개로 가입할 수 있는 고수익 사모펀드가 있다." 펀드 투자에 관심이 있던 A씨는 유명 증권사 VIP 고객 투자상담사인 B씨 얘기를 듣고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B씨의 '은밀한 얘기'는 달콤했다. B씨 자신도 투자하고 있는 '사모펀드'가 있는데 연 수익률 30~300%를 보장한다는 설명이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상 제약 없이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로 '고수익 기업투자펀드'라고도 한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려면 당연히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A씨는 불안했다. 그러자 B씨는 자신이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설득했다. 투자전문가의 이러한 약속에 A씨는 투자를 선택했다. 그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불행의 씨앗이었다.


B씨의 자신만만한 약속은 '무리수'였다. 그는 위험한 투자를 시작했다. 투자금을 주식워런트증권(ELW)에 투자하기도 했다. 지인들에게 모은 수억원을 투자자금으로 활용했다. 단기간에 주식거래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여러 사람이 호응했다.

하지만 위험한 투자는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 '돌려막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투자금을 다른 투자자의 이자로 지급했고, 일부 투자자가 의심하자 거짓 잔고 증명서를 내밀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흘렀다.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B씨는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수십억 자산가들의 상담을 하던 B씨가 처음부터 돈을 돌려줄 생각 없이 투자를 했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는 2009년 영업직으로 발령이 난 지 3년여만인 2012년 마지막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를 믿고 투자했던 이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5명의 투자자가 참여했고, 피해액수는 6억6290만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B씨가 자신들을 회사로 불러 투자를 권유했다면서 투자경험이 전무한 자신들로서는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과 법적인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피해자들은 회사가 B씨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부장판사 박형준)는 "원고들이 투자한 것은 원고들과 개인적인 거래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면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처럼 펀드 투자와 관련해 거액의 손해를 보더라도 법을 통한 피해 회복은 쉽지가 않다. 연 수익률 300% 보장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흔들린 것은 투자자 본인이라는 점도 부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투자자들이 단기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피고 회사에서 (B씨 행위를) 묵인했다고 볼 증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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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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