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눈치에 부작용·후유증 검토없이 정부가 잘못꺼낸 카드들
단통법에 프리미엄폰 시장은 반토막
해외직구활성화로 국내업체 죽을 맛
도서정가제는 책판매량 감소시켜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작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됐다. 단말기유통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그동안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던 천차만별의 지원금을 통일해 소비자들이 차별받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단말기유통법은 휴대폰시장을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단말기 구입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구입이 줄자 판매점들은 불법 보조금을 주는 방식을 번개처럼 치고 빠지는 형태로 바꾸기도 했다. 그래도 연간 1200만대가량 판매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600만대 선으로 위축됐다.
'내수 살리기'라는 불이 발등에 떨어졌지만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내수를 침체시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수출 주도의 산업구조가 한계에 봉착하며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정부의 '헛발질'이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단말기유통법과 같은 사례는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 8월 공산품 대안수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외 판매가격과 국내 판매가격이 많게는 수십 배 차이가 나면서 해외 온라인쇼핑몰을 활용해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는 '직접구매(직구)'가 증가해서다. 결국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해외가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직구의 신뢰도를 높이고 직구 품목에 대해 혜택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직구 물품 가격이 150달러 이하이면 모두 면세하고 3㎏ 이하 특급탁송화물의 과세운임도 30% 내렸다.
해외 온라인쇼핑몰 구매나 배송을 대행해주는 새로운 업체들이 등장했지만 그동안 상품을 수입, 판매해왔던 국내 수입업체들은 비명을 질렀다. 소비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만큼 국내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거나 소비자후생을 위한다는 도입 취지에도 내수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궁극적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012년 4억8300만달러이던 해외직구 적자금액은 2014년 9억4600만달러로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직구 건수는 역직구의 85배로 폭발적인 증가를 기록했으며 직구 금액은 9억7400만달러로 역직구에 비해 35배나 많았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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