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관련 개정안 통과…이르면 내년 상반기 도입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A증권사는 최근 자기자본거래(proprietary tradingㆍ프랍 트레이딩)부서 직원의 주식 주문 실수로 큰 손실을 봤다. 이 직원이 시가를 잘못 보고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매수를 한 탓이다. 주문과 체결을 담당하는 한국거래소에 구제 방법을 문의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힘들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내년부터 이 같은 현물주식 착오거래의 구제가 가능해 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2일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착오거래 구제제도 등을 담을 거래소 업무규정 개정안이 증권선물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가 지난 6월 가격제한폭 확대되면서 주문착오로 인한 구제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건의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금융당국은 이 제도를 이르면 내년 상반기 현물 주식시장에 확대 도입할 방침이다. 대량투자자 착오거래 구제제도는 지난해 파생상품시장에 처음 도입됐다. 2013년 말 한맥투자증권 직원이 코스피200 12월물 옵션의 주문 실수로 460억원대의 손실을 본 뒤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됐다.
구제 조건과 범위는 현행 파생상품시장 업무 규정을 참고하지만 그대로 준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행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이 명시한 구제 요건은 약정가격과 착오거래 구제 기준가격과의 차이에 기초한 상품시장별 예상 손실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경우다. 구제 신청은 해당 착오거래가 발생한 때부터 30분 내에 해야 하고, 거래소는 신청을 받은 날 장 종료 후 30분 이내에 구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착오거래 관련 개정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장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파생상품시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구제제도 절차와 요건 등을 그대로 준용할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이번 현물주식 착오거래 구제제도 도입은 금융투자업계의 강력한 요구로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현물 주식시장의 경우 파생상품시장에 비해 레버리지가 낮아 착오 매매에 따른 대규모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올해 6월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되면서 업계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융위는 현물 주식시장 대량투자자 착오거래 구제제도 개정안이 증선위를 통과한 만큼 정례회의를 거쳐 구체적인 거래소 업무규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승인이 나면 구체적인 세부방안과 시행일정 등을 확정할 것"이라며 "규정 마련을 위한 내부 절차를 밟고 있으며 확정된 세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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