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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잃은 엄마는 그렇게 투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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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난달 28일 국회, 한 엄마가 마이크를 잡았다. 엄마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듯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1년 4월, 논산훈련소에서 뇌수막염 걸렸는데 방치한 결과로 사망에 이른 고 노우빈 훈련병의 엄마 공복순입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 시간 개념은 2011년 4월 '이전이냐 이후냐'로 나뉘어집니다. (아들이 죽은) 이후의 제 삶은, 삶이 없었고 모든 시간은 정지했습니다. 저는 두 번의 수술을 했고 제 남편은 두개의 불치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이 뒤집어지고 뒤집어지는 이런 어마어마한 일들이 저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옆에 서 있는 또 다른 엄마를 손으로 가리키며) 윤 일병 사건, 세상에 알려졌으니 알려졌지, 알려지지 않은 사건, 은폐된 일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세상이 뒤집어지는 엄마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군인권보호관제도를 하자고, 하자고 혁신을 하자고, 하자고 했는데 국방부는 군인권보호관제를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닌) 국방부 밑에 두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라는 건가요. 국민 알기를, 바보로 아는 건가요. 이게 먹힐 것 같나요. (그들이) 잘했으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겠나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받아들여지고,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해야 하는 세상이라는 것이죠. 어떻게 이럴 수 있나요. 이게, 이게 대한민국 현재 상황이라는 건가요. 이럴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럴 수 있는 말이 먹히는 세상이에요. 국방부는 안하무인입니다. 그런 말을 하고 있어요. (정말) 이런 말이 먹히는 세상인가요?
저는요, 저같은 엄마가 정말 다시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군 사법제도(군사법원) 폐지해야 합니다.
정말 소중한 애들이에요. 한 아이의 목숨은 한 아이의 목숨이 아니에요. 한 아이의 목숨은 우주입니다. 우주와 동일합니다. 저같은 불쌍한 엄마가 나오지 않도록...도와주세요."

결국 엄마는 울었다. 굳세게 꼭 할 말을 해야지 다짐하듯 연단에 섰지만 결국 울고 말았다. 엄마는 말했다.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앞으로 또 벌어질 또 다른 엄마의 아들들이 죽는 것을 막아달라고.


남의 일이라고 치부해왔던, 상상조차 못할 끔찍한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이야기가 될 때 그리고 내가 겪게 되는 이 슬픔과 고통, 절망을 또 다른 엄마가 느끼게 될지 모른다고 여겨질 때 엄마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나서게 된다.

엄마의 사랑하는 아들 노우빈 훈련병은 야간행군 후 고열을 호소했지만 군의관도 만나지 못한 채 해열제만 먹다 사망했다. 뉘늦게 민간병원에 후송됐지만 온 몸이 상한 뒤로 너무 늦었다. 사인은 뇌수막염에 의한 패혈증과 급성 호흡곤란이었다.


그 옆에 있던 엄마가 마이크를 잡았다. 엄마는 절박해 보였고 또 비장해 보였다. 군대에서 선임들에게 폭행 당해 죽은 아들의 엄마였다. 이미 아들을 떠나보냈음에도 엄마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윤 일병 엄마 안미자입니다. 내일(지난달 29일)이 우리 윤 일병 사건 대법원 선거공판이 10시에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1년 6개월동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웠습니다. 내일의 재판 결과는 우리 유가족만이 아니라 온 국민의 문제이며 군인권의 중요한 판결입니다.
이인복, 조희대, 김창석, 박상옥 대법관님들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부디 하늘에 있는 우리 승주의 억울한 한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기를 원합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교도소 수감중에도 조금도 뉘우침 없는 주범 이 병장에게 감형된 세월 10년을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이번 판결 잘못될 경우에는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절대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서는 안 됩니다. 1, 2심 재판에서 드러나듯 이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한 군 사법은 반드시 꼭 폐지되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원하는 군인법 3법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간절히 원하고 원합니다."


기자회견 동안 엄마는 울지 않았다. 이 나라의 최고의 권력 가운데 한 곳인 군, 사법부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사람들이 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듯 승주라는 이름 대신 윤 일병이라고 부르려 했다. 엄마는 아무리 징병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라도, 자식들을 이렇게 귀하게 대해주지 못한다면 아들을 나라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헛되이 죽는 일들을 피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엄마의 아들 윤승주 일병은 육군 28사단에서 고참들에게 35일간 물리적, 정신적, 성적 가혹행위를 당하다 사망했다. 군이 최초에 밝힌 사망 원인은 강제로 먹인 음식물로 인해 기도폐쇄로 인한 뇌손상. 군 인권 단체에서는 구타로 인한 의식 소실과 그로 인한 기도 폐쇄라고 주장했다.


엄마가 걱정했던 대법원 재판에서 재판부는 이 모 병장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에서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판결받은 하 모 병장과 지 모 상병, 이 모 상병에 대서는 살인의 의도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은 오락가락 했다. 군사법원 1심에서는 살인죄에 대해 전원 무죄를 2심에서는 전원 유죄를 판결했었다. 군사법원에서 진행된 1심과 2심은 판결이 180도로 달랐으며 대법원의 판결 또한 달랐다. 특히 군 재판에서는 사인을 바뀌기도 했다. 살인 관련 재판에서 죽은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은, 가해자의 살해 의도 등과 연결되는 문제다.


정의의 실현은 고사하고, 있는 사실이 제대로 밝혀졌는지 의문이 남게 되는 것이다.


엄마들의 제도 개선을 위한 간절한 호소는 제대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엄마들의 호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혔다. KF-x 사업 논란으로 뜨거웠던 이날 국방위에서 한 장관은 "군 옴부즈만(군인권보호관제) 도입은 기존 군 옴부즈만 역할을 하는 인권위 및 권익위와 기능중복, 무제한적 조사 및 권고권한 부여로 지휘권 위축 등 문제가 있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시 부대 방문권은 군사 보안과 문제가 있어서 지금까지 안보 분야의 새로운 제도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 견지했다"며 "군 옴부즈만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군 전문성, 권리구제 실효성, 지휘권 보장 및 군사보안 측면에서 국방부에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불가피'라는 표현을 써가며 군인권보호관제에 반대 입장을 밝힌 뒤, 그래도 정 하겠다면 국방부 산하에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엄마들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자식 잃은 엄마는 그렇게 투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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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상임위별 예산 심사를 끝낸 국회에서는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일반법원으로 일원화하는 '군사법원법', 군대 내 인권 침해 사건을 예방하고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군인권보호관법', 군인의 인권을 국가가 보장하는 '군인권 기본법'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곳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엄마들은 호소했다. 지금까지 나라가 내 아들들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겠냐고. 바꾸지 않으면 또 다른 엄마가 다시 또 세상을 잃는 슬픔을 안고 투사가 될 거라고. 그렇게 엄마들은 투사가 됐으니까.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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