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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스토리]44년만에 새 집 입주 앞둔 노량진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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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스토리]44년만에 새 집 입주 앞둔 노량진수산시장 44년만에 새 집 입주 앞둔 노량진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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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이곳 단골이 된지 30년이 넘었어요. 어린 딸을 데리고 나와 펄떡거리는 생선을 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새 건물로 이사하면 주위 환경은 깨끗해지겠죠. 하지만 신혼집으로 떠나보낸 딸처럼 아쉽고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딸과 함께 제수용 생선을 사러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오모(61ㆍ여)씨는 과거를 기억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시장은 44년 동안 서민들이 즐겨찾으며 애환이 깃든 곳이다. 내년 1월이면 이 낡은 건물은 비워지게 된다. 바로 옆에 새로 지어지는 지하2층, 지상6층짜리 현대화시장으로 상점이 모두 옮겨갈 예정이어서다.


지난 28일 오후 찾은 낡은 '서울의 바다' 노량진수산시장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면서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골목 사이로 황색등이 줄지어 불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상인과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흥을 돋웠다. 점심시간대를 막 지난 시간인데도 "뭐 보러 오셨어요?", "광어 얼마씩 하죠?" 하는 소리가 교차했다. '기절낙지', '살아있는 제주 해삼' 등의 기발한(?) 광고문구를 지켜보며 신기해 하는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체는 1927년 서울역 인근인 중구 의주로 일대에서 개장한 '경성수산㈜'. 이후 수산시장은 1971년 6월 한국냉장㈜에 의해 지금의 위치로 신축ㆍ이전했다. 2002년에는 수협중앙회에 의해 인수ㆍ관리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르렀다. 이곳에는 중ㆍ도매인 180여명, 소매상인 700여명 등을 비롯해 4000여명에 달하는 종사자들의 '삶의 터전'이다.


반세기 가까이 서민들과 호흡을 맞춰온 시장인만큼 이사를 앞두고 상인과 시민의 반응은 복잡하게 엉켜있다. 추억이 깃든 공간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새 건물이 시민에게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감, 새 시장의 좁은 면적으로 인한 두려움이 함께 배어났다. 친구들과 시장을 찾은 박모(40)씨는 "싱싱한 꽃게와 생선을 고른 후 요리해주는 가게로 가져가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여건은 새 건물에서도 여전하겠지만 어쩐지 그 맛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젊은이들도 나름대로의 섭섭함이 있었다. 사진촬영이 취미라는 대학생 박모(24)씨는 "언젠가 새벽에 경매하는 이들의 모습을 촬영하러 온 적이 있었다"며 "시장의 정취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런 아쉬움을 반영하듯 지난 24~25일 열린 '제5회 노량진수산시장 도심 속 바다축제'에는 전년보다 2배 많은 25만명이 방문했다. 재래시장 형태의 시장에서 열릴 사실상 마지막 축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걱정스럽다는 얘기들을 많이 쏟아냈다. 새 건물 임대료가 비싼데다 협소하다는 점에서다.


현대화된 시장 임대료는 3.3㎡ 당 50만~100만원이다. 현재 20만~50만원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이다. 연면적 11만8346㎡인 새 건물은 엘레베이터ㆍ에스컬레이터에 가게마다 랜(LAN)선 단자까지 갖춰진 최신식 구조지만 점포면적과 통로가 좁다는 게 흠이었다. 매장 1개(4.95㎡)에 수산시장에서 주로 쓰는 냉동고(130×60㎝), 도마(150×60㎝), 좌판(120×150㎝), 수족관(340×140㎝)을 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인 박모(38)씨는 "새 건물은 냉각기를 놓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좁아 사실상 상인들끼리는 장사를 못한다는 얘가 나온다"며 "설계단계에서 직접 장사를 하는 상인들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장 운영관리사인 수협노량진수산 관계자는 "새 건물의 점포면적은 기존 재래시장의 면적과 동일하다"며 "상인 등의 의견을 수렴해 설계에 변경하고 양해각서ㆍ약정서를 체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노량진수산시장의 미래가 황색으로 칠해진 백열등 사이로 흔들리는 듯 보였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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