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축구에서 확실하게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방법은 골이다. 하지만 이승우(17)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다. 골 없이도 그가 빛났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승우가 선발로 나온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칠레 라세나 라 포르타다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벨기에에게 0-2로 져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 네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대회 전부터 대표팀의 사실상 공격의 핵심이었고 주득점원으로 활약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세계적인 명문으로 통하는 FC바르셀로나에서 기대하고 있는 재목이고 어릴 때부터 또래들과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줬던 배경이 한몫했다.
이를 감안하면 그가 내놓은 결과물은 아쉽지만 경기 내용은 인상 깊었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 내내 골에 대한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았다. 주변 동료들에게 패스를 연결해주고 다른 선수들의 기회를 살리는데 무게를 뒀다.
대회를 앞두고 지난 9월 혼자서 드리블과 돌파를 시도하던 모습과는 달라졌다. 다소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 했던 플레이에 대해 주변에서는 냉담한 반응도 보였고 스스로 많은 것을 느낀 경향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승우는 실전에서는 달라졌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팀플레이에 눈을 떴다.
이번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도 이승우는 골을 넣지 못했고 팀도 탈락했다. 하지만 확실히 달라진 그의 플레이는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이승우는 전방에서 유주안과 호흡을 맞췄다. 단순히 가장 앞에 머물지 않고 뒤로 내려오면서 공을 받고 뿌려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기본적으로 드리블과 함께 패싱력에도 일가견이 있는 이승우의 움직임은 한국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반 15분에 이승우는 2선보다는 조금 더 아래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공을 받아서 가까운 곳에 연결해 벨기에의 압박을 피해 공격을 풀어가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전반 19분에는 네 명이 선 수비라인까지 공을 받아주러 내려왔다.
공간과 기회가 생기면 과감해졌다. 드리블을 쳐야 될 때를 알고 발이 움직였다. 전반 31분에는 역습 상황이 생기자 스피드를 앞세워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다급했던 벨기에 수비수들은 그를 태클로 막아냈다. 후반전에도 같았다. 후반 6분에는 상대 선수를 등지고 이승우가 뒤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받은 다음 다시 주변 동료에게 주고받아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연계플레이를 통해 자신에게 붙은 수비수를 떼어낸 점이 고무적이었다.
아쉽게 슈팅들이 자주 뜨고 골운이 따르지 않았던 이승우는 무득점에 그쳐 한국의 0-2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후반 26분에는 오세훈이 얻어낸 페널티킥에 키커로 나왔지만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전반 11분에 요른 반캄프에게 선제골을 내준 데 이어 후반 22분에 마티아스 베르트에게 추가골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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