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시장구조, 특허 추가 개방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5년 시한부 영업으로 지속적인 투자 어려워
글로벌 기업 대형화 되는데…한국은 규제 역주행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 면세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추가 면세 사업자 선정을 통한 '파이키우기'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연말 종료되는 4개 면세 특허의 후속 사업자 선정에 앞서 면세점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9일 관세청 및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면세점을 운영중인 주요 사업자는 롯데, 신라, JDC, 동화, 관광공사, SK, 신세계 등이다. 이 가운데 롯데와 신라가 각각 시장점유율 50.1%, 29.5%를 차지하는 지배적 사업자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롯데와 신라의 독과점적 시장구조 역시 특허를 추가 개방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재걸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기획협력국장은 "면세점 산업은 국제경쟁력, 고용효과 등을 고려해서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정책적 기조를 가지고 시장을 내다봐야 한다"면서 "이미 면세점은 5년의 시한부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성을 가지고 투자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재완 한남대 교수는 "면세점 심사 때마다 과정의 투명성, 선정의 적정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른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특허가 아니라 면세시장 진입장벽 자체를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면서 "서울, 지방, 대기업, 중소기업을 가릴 필요 없이 모두에게 특허를 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아울러 "참여 기업의 이윤창출 여부는 기업이 걱정할 사항이며, 이를 국가에서 미리 걱정해서 수를 제한하는 데서 면세점 시장의 문제가 시작된다"면서 "정부는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회사를 제한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허를 따내더라도 5년이라는 시한부 운영을 해야한다는 것도 문제다. 규모의 경제가 곧 경쟁력인 면세사업에서 사업자가 과감한 투자나 채용에 나서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에 따라 면세 사업권의 특허기간은 10년에서 5년으로, 갱신방법은 자동에서 경쟁입찰로 바뀌었다.
관련 규제 철폐의 또 다른 이유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플레이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내부 규제 탓에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 유통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세계 면세점 1위는 스위스의 듀프리 이며, 지난해 기준 매출은 48억5000만 유로 규모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 1위 기업 롯데의 매출(33억4600만유로)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지난 2013년까지만해도 세계 2위였던 듀프리는 스위스의 뉘앙스(7위)를 인수하며 단숨에 업계 정상을 차지했다. 면세점이 개별 기업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관광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현지 정부의 판단에 따라 무리없이 합병이 진행된 덕이 컸다.
이밖에 세계 10위권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37%에서 2014년 45%로 증가했고, 3위권 업체들의 점유율은 16%에서 25%로 크게 증가했다. 개별 국가의 정책적 지원 속에서 세계 면세기업들이 점차 대형화 돼 가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시장의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나친 규제로 글로벌 시장진출이 요원해지고 있다"면서 "신규 진입을 허용하고, 특허 기한을 개선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관세청은 지난달 25일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월드타워점(12월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등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 접수를 마감했다. 입찰에는 롯데, SK, 신세계, 두산 등이 참여했으며 이르면 다음달 7일께 심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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