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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국내 디턴 번역서, 오역으로 글로벌 망신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8초

불평등을 성장의 낮춰잡아…가족사 통한 '빈곤 대탈출' 스토리 빼버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앵거스 디턴 교수의 저서 중 유일하게 국내에 번역된 '위대한 탈출'은 출간되고 나서 1년이나 지나서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디턴 교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도 이유였지만 '왜곡 번역'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책을 지난해 출간한 한경BP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책의 내용을 왜곡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디턴 교수는 서문(Preface)에서 자신의 조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방대한 가족사를 수십 페이지에 걸쳐 서술한다. 위대한 탈출이 여러 세대에 거쳐 느리지만 꾸준히 일어난 과정임을 서문에서 미리 짐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다. 하지만 국내판은 이를 생략하고 챕터1 앞부분에 한 문단 정도로 요약했다. 도입(Introduction)도 원문의 3분의 1 정도만 번역됐다.


내용 축약에만 그치지 않는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위대한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 뿐 아니라 이 탈출에서 소외돼 여전히 가난한 채로 '남겨진 사람들'도 다루겠다고 역설한 대목이 빠졌다고 지적한다. 또 '불평등'이 성장의 부산물로 격하되었고, 고유한 논의주제 중 하나였던 의료ㆍ보건문제도 부차적 지위로 강등됐다고 덧붙였다. 프린스턴대가 공개한 원본과 번역본을 비교해 본 결과 일부 문장들은 순서가 바뀌었으며, 문장이 한 두 개씩 빠지기도 했다.


출판사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리고 "읽는 이의 편의를 위한 편집상의 문제였을 뿐 의도성은 없었다"며 디턴 교수에게 사과하고 다음 판 인쇄 때 수정해 완역본을 출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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