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공동취재단·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아버지, 내일 아침에 또 만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끝이래."
22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대연회장에서 열린 제20차 이산가족 1진의 마지막 작별상봉. 북측 리흥종(88)씨의 남측 딸 이정숙(68)씨는 상봉 종료 안내가 나오자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이씨를 비롯해 남북 이산가족들은 "곧 상봉이 끝난다"는 안내방송과 함께 장내에 북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가 울려퍼지자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을 다시 쏟아냈다.
'상봉(相逢)'은 서로 만나는 것인데 헤어지는 '작별(作別)'을 위한 만남이라니, 작별상봉이라는 말 자체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작별상봉 뿐 아니라 2박3일간 이어진 단체상봉과 개별상봉, 공동중식과 만찬 등 이산가족 상봉행사 그 자체가 '헤어지기 위한 만남'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만남이 끝나고 상봉장 밖에서는 한번 더 눈물바다가 연출됐다. 네 대의 버스에 나눠 탄 북측 가족들을 찾아나선 남측 가족들은 차창 밖에서 손을 뻗어 피붙이의 온기를 느끼며 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오늘(23일) 이산가족 상봉단 2진 90가족 255명이 강원도 속초에 집결한다. 이들도 1진과 동일한 상봉행사를 갖고 또 '작별을 위한 상봉'을 반복할 예정이다.
이산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산가족 1세대는 점점 더 줄고 있다. 고령화와 사망자가 늘면서 이번 1진의 경우 부자ㆍ부부 상봉은 단 다섯 가족에 불과했다. 결혼 7개월만에 헤어졌다 65년만에 다시 만난 북측 남편 오인세(83)씨가 남측 아내 이순규(84)씨에게 "지하에서 또 만나"라고 작별 인사를 건넨 것은 이산가족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준다.
이산가족 상봉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상봉의 정례화와 함께 생사 확인, 서신 교환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한번 상봉한 이산가족들의 생존 여부 등에 대해서도 남북 당국의 '애프터서비스'가 절실하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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