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2세 이하 합격자 1명 뿐…사시 장수생, 멀어지는 법조인 꿈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어린 나이에 사법시험(사시)에 합격하는 이른바 '소년급제' 사례가 2017년 사시 폐지를 앞두고 급감하고 있다.
22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사시 합격생 중 만 22세 이하는 단 1명(0.5%)에 불과했다. 22세 이하 사시 합격자는 2010년 36명(4.4%), 2011년 24명(3.4%), 2012년 13명(2.6%), 2013년 5명(1.6%) 등 숫자와 비율 모두 급감하는 추세다.
사시 폐지를 앞두고 해마다 합격 인원 자체도 줄어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어린 나이에 합격하는 이들은 씨가 마르는 실정이다. 사시는 1~2년 공부한다고 합격을 기대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학생들이 사시 도전을 주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시 합격자 중에서 35세 이상 고연령층 합격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2년 7.3%, 2013년 8.9%, 2014년 15.7%로 나타났다.
사시를 오래 도전한 이른바 '장수생'들은 1차 시험에 여러 차례 합격한 실력자들도 적지 않다. 2차 시험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사법연수원 입성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현업 변호사 못지않은 법적 지식을 지닌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로스쿨 졸업생들이 치르는 변호사시험 문제를 참고삼아 풀어보다 허탈한 상황을 경험하기도 한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변시 합격 점수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기록하지만, 자신은 법조인이 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 때문이다.
올해 치른 제57회 사시 2차 합격자 규모는 152명이다. 내년 제58회 사시에서는 약 1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사시만 바라보며 꿈을 키운 그들 입장에서는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로스쿨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쉽지 않다. 로스쿨 입학의 주요 전형 요소인 학점, 토익 점수 등 정량적인 부분은 어린 대학생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법학 실력만 믿고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나이 커트라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도 존재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려대 로스쿨 합격생 중 30세 이하 비율은 99.5%에 이른다. 합격생 624명 중 단 3명만이 30세가 넘었다. 연세대도 30세 이하 합격생 비율이 96.2%, 서울대는 97.8%에 이른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탈락시키지는 않지만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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