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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몬스터]'영구보유株' 찾는 극성운용맨, 최웅필 KB운용 상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6초

-골프존 테스트하다 허리 삐끗 '극성운용맨'
-투자사 제품·서비스 써보면서 경쟁력 확인…무학 소주 '좋은데이'는 그의 회식 단골 주종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 커지는 영구보유주식 매입이 목표


[머니몬스터]'영구보유株' 찾는 극성운용맨, 최웅필 KB운용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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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KB자산운용은 요즘 '블랙홀'로 불린다. 돈이 KB자산운용으로 몰리다 보니 그렇다고 한다. KB자산운용이 표정 관리를 해도 업계의 시샘은 어쩔 수 없다.


KB자산운용의 수탁고는 올해에만 10조원 이상 급증했다(펀드·투자일임). 자산운용업계에서는 KB자산운용 자금몰이의 일등공신 중 한명으로 이 사람을 꼽는다. 6년 누적 수익률 150%의 인기 펀드인 'KB밸류포커스'를 운용하는 가치투자 고수,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ㆍ43) 얘기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고수의 사무실에는 야전침대가 놓여 있었다. 지난해 허리를 크게 다쳤는데 근무 중 허리에 무리가 올 때 잠깐 누워 쉬는 용도다. 허리를 다친 것은 다름 아닌 KB자산운용이 지분 29.18%를 보유한 골프존 때문이다. 그가 애정을 듬뿍 담은 종목 골프존의 경쟁력 확인 차 시연을 거듭하다 허리를 삐끗했다. 다소 과장하자면 업무상 재해인 셈이다. 최 상무는 "주식을 살 때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가치가 커지고 주가에도 계속 반영이 되는 영구 보유 주식을 사려고 한다"며 "그러다 보니 한 번 주주가 되면 그 회사 제품을 사용해 주주로서 기여도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 경쟁력도 확인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주주 입장에서 매출 확대에 기여하는 회사 중 하나는 저도수 소주 '좋은데이'로 인기몰이 중인 무학이다. 좋은데이를 파는 식당을 알아뒀다가 직원 회식을 하곤 한다. 지난 2009년 KB밸류포커스 펀드 설정 당시부터 매입해 현재 주가 상승률이 300%에 달하는 이 종목은 최 상무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종목 중 하나다.


최 상무는 "무학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회사로 경남에서 사업 기반을 확고히 해 부산으로 판매망을 넓혔다"며 "롯데칠성, 하이트진로 등이 저도수 시장을 열면서 인지도가 약했던 수도권까지 진출하게 됐고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에서도 시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1년에 500억~700억원에 이르는 캐시 플로(현금흐름)를 꾸준히 창출하고 있는 점도 매력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유하고 싶은 영구 보유 주식 리스트에 올라 있다.


영구 보유 주식을 사려고 하다 보니 최대주주 지분율을 위협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한솔케미칼이 한 사례다. KB자산운용은 한솔케미칼 지분 17.22%를 들고 있는데, 이는 오너인 조동혁 명예회장 지분(14.46%)보다 많다. 기존 최대주주 지분율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회사가 탄탄하고 투자 매력이 높아 자꾸 매수하다 보니 지분율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의 투자 스타일은 명료하다.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주식을 사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가치투자를 추구한다. 1999년 동원증권 주식운용팀에 입사해 당시 팀장이었던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밑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가치투자에 눈을 떴다.


가치주의 조건으로 그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라며 "여기에 단기 경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이익을 내면서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을 골라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합리적인 가격은 기본 조건이다. 그는 시장 평균보다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낮을 때만 매수에 나선다. 펀드에서는 가치주를 90% 편입하고 나머지 10%는 밸류에이션은 다소 높지만 전망이 좋은 회사를 담는다. 이 10%도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 미만인 종목으로 채운다. 현재 그가 보유하고 있는 대표 종목으로는 무학, 골프존 외에도 고려아연, 메리츠화재, 코리안리 등이 있다.


최 상무가 운용하는 펀드도 최근 중소형주 하락세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KB밸류포커스 펀드의 경우 연초 후 수익률이 고점 기준 23%였지만 최근 10%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최 상무는 "중소형주 전체가 하락하면서 동반 조정을 받은 것"이라며 "시장의 특성이 바뀌거나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률은 자연스레 회복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른 중소형주 펀드와 달리 화장품, 바이오주를 전혀 편입하지 않은 것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시장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그는 "3년 사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경기 민감주들이 밀려나면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대형주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조선, 철강, 건설 등 국내 수출 관련 경기 민감주들은 앞으로 과거와 같은 호시절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기업가치를 키워나가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 고수가 지향하는 가치투자는 다른 고수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 지 물었다. 최 상무는 "전통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가치주보다는 게임, 모바일 등 새로운 사업에서 나올 수 있는 가치주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가치주를 포트폴리오에 적극 반영해 기존 가치주 펀드와는 더욱 차별화된 펀드를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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