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최근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휘말린 폭스바겐은 1위의 저주에 빠졌다. 폭스바겐은 2007년부터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1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그리고 올해 이를 달성했다. 하지만 배출가스 조작이 드러나며 상황이 반전됐다.
과징금과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에 따른 배상, 리콜에 어느 정도 규모의 비용이 들어갈지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손실과 함께 소비자 신뢰를 잃은 폭스바겐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말 15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실시, 2000여명을 감축했다. 2년여 동안 이어진 부진한 실적이 원인이었다. 실적 부진의 이면에는 신흥국 시장에서의 소비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년 대비 3%나 감소한 중국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문제는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코카콜라는 올해 연간 세전 순이익 목표도 7~8%가량 낮췄다.
전 세계에서 승승장구하며 '대마불사'로 여겨지던 다국적 기업들이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위상에 금이 가고 있다. '영원한 제국은 없다'는 속설이 경제 분야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매킨지의 조사 부문인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최근 다국적 기업들의 위상 약화를 예고했다. MGI는 약 3만개의 다국적기업들의 기업이익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7.6%에서 2013년 10%로 상승했지만 향후 10년 사이에 다시 8%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지 포춘의 500대 기업 순위를 살펴봐도 다국적 기업의 위기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순위에서 신흥시장에 기반을 둔 기업의 비율은 1980년 5%에서 2000년 26%로 21%포인트 높아졌다.
선두권 다국적 기업이 차지하는 파이는 제한적인데 이를 노리고 신흥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을 두고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에서의 경쟁 심화가 다국적기업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구 다국적 기업들이 마치 전성기 이후 로마제국처럼 향후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국적 기업을 겨냥한 다양한 규제 도입도 경영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애플, 스타벅스와 같은 다국적 기업은 그동안 고세율 국가에서 얻은 수익을 지식재산권 사용료, 이자 등의 명목으로 저세율 국가의 자회사로 넘겨 조세를 회피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를 제한하기 위해 '구글세'가 도입된다. 지급한 사용료와 수수료의 적정성을 철저히 따져 비용 공제를 상당 부분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조세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구글세는 다국적 기업이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얻은 수익을 사용료, 이자 등의 명목으로 세율이 낮은 국가의 자회사로 넘겨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그렇다면 다국적 제조 기업들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MGI는 아이디어 중심 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한다. 노동ㆍ자본집약적 산업들은 신흥국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쉽지 않지만 금융, 미디어, 물류 등은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보장한다.
MGI에 따르면 이 같은 아이디어 중심 산업의 이익이 다국적 기업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31%로 1999년 17%에서 14%포인트 높아졌다. 이코노미스트도 '기술기업'의 부상을 점쳤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이용자 수는 중국의 인구인 14억명과 맞먹는다. 그만큼 성장성이 부각된다.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저서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로마제국이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 이후 쇄락했던 이유를 위기 대응 능력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지금 다국적 제조기업들이 곱씹어 해석해봐야 할 대목이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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