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우리 경제가 기업투자축소·재정여력약화·소비둔화 등 3대 악재로 '고통스러운 2016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지출의 경우 지난해 '41조원+알파(α)' 규모의 확장적 재정 운용에 이어 올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내년 정부의 재정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또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부진으로 국내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여 기업의 투자여력도 크지 않다.
그나마 정부가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부분이 소비인데 이마저도 전망이 밝지 않다. 최근 정부주도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성공 등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미래의 소비를 미리 당겨 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부채만 빠른 속도로 증가한 상황에서 인위적 할인정책으로 소비를 늘렸기 때문에 내년 민간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는 '소비절벽'에 봉착할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견인을 위한 일시적인 내수살리기에 집착하기 보다 쓸 돈이 줄어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실질적으로 늘려주는 근원적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소비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배경에는 올해 그나마 소비진작에 도움이 된 저금리와 원·달러 환율, 저유가 등이 비우호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자리잡고 있다. 즉 미국발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여력이 더 냉각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올들어 9월까지 은행 가계대출은 54조9000억원이 늘어 연말까지 증가액이 7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연중 증가액 37조3000억원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가계부채 위험가구는 전체 부채가구의 10.3%인 110만 가구다. 이들 가구의 위험부채는 전체의 19.3%인 143조원에 달한다. 실물금리가 오르면 가계는 이자부담 증가로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원화강세 조짐도 우려스럽다. 최근 한 달 간 원화 가치는 4.9% 올라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 네 번째로 빨리 절상됐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의미다. 무역흑자와 상관없이 수출감소는 생산감소→설비축소→인적구조조정으로 이어져 가계경제를 더욱 위축시킨다.
우리 경제의 성장 축인 수출이 어려움을 겪으면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해져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 국제유가 역시 올해 배럴당 40∼50달러대에서 내년에는 60달러대 이상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로 인한 생산단가와 제품가격인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소비압박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단기적인 대책이 필요했지만 이와 함께 경기회복을 위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책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소비여력이 있는 계층의 소비를 촉진하고 외국인관광객을 흡수하도록 하는 대책도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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