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정부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방침을 발표한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집필거부, 국정화 반대 성명 등이 발표되면서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같은 논쟁은 여야 지지층인 청년층과 중·노년층의 세대갈등 양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학가 중심의 반발은 학계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12일 정부가 한국사교과서 발행 체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전환하는 행정예고를 한 이후 역사학과, 역사교육학과 등 집필진으로 참여해야 할 교수들이 집필 거부 성명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연세대 사학과 전임 교수 13명이 국정화 확정 다음날인 13일 "제의가 오리라 조금도 생각하지 않지만 향후 국정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려대, 경희대, 한국외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과 국립대인 부산대, 충북대 사학과 교수들도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 성명을 냈다.
이처럼 대학 교수들의 잇따른 집필 거부 발표와 함께 대학생들도 국정화 반대 대자보를 게시판에 붙이거나 학생들의 서명을 받는 등 행동에 나섰다.
지난 14일 서울대 학내 게시판에는 공과대 원자핵공학과 방신효 씨가 작성한 "국정교과서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주의와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내용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대자보가 붙었다.
숙명여대에는 "훌륭한 지도자는 역사를 바꾸고 저열한 권력자는 역사책을 바꾼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연세대에는 "나치정권, 유신정권 등이 집권 후 우선시했던 것이 바로 국정교과서다"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판에 나붙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각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비판성명을 내거나 학생들의 국정화 철회 서명을 받는 등 대학가의 반발 움직임은 거세다.
한양대,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교과서 국정화 관련 비판 성명을 냈고,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대 역행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9개 대학은 "정부가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결정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내용의 연대 서명운동을 진행해 이를 교육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국정화 반대 움직임은 세대 갈등 양상까지 띄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29세 청년층에선 반대가 66%로 찬성(20%)보다 많은 반면 60세 이상 노년층에선 찬성이 61%로 반대 응답자 11%를 50%포인트나 앞섰다.
교육계 내에서도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세대간의 찬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중등교장 퇴직자단체 서울중등교장평생동지회는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정교과서 정책은 미래세대의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갖게 하기 위한 정책 대안"이라며 "(지금은) 국론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지양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중지를 모을 때"라고 촉구했다.
반면 예비교사들인 역사교육과 학생들은 같은 시각 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 24개 사범대학, 전국교육대학생 연합(12개), 한국교원대 총학생회, 수도권 사범대학생 네트워크 등 예비교사들은 "역사교육이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합리적이고 다원적인 시각을 기르고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근원으로 한다"며 "(국정교과서로) 하나의 역사인식을 가르치겠다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말하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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