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 등 교수 102명 참여
국편 집필진 제의 시 "거부하지 않을 것"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한국사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사학계와 교육계에서 잇따라 집필 거부 성명이 발표되는 가운데 교수 102명은 국정화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학계 차원에서 교수들이 단체로 국정화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을 포함한 교수 102명으로 구성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은 16일 오후 4시40분 서울프레스센터 19층 목련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모임에는 나 전 차관 외에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과 모영기 동원대학교 총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역사교육은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민족적 자긍심을 길러주고 현재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안목과 함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교훈과 지혜를 주어야 한다"며 "그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와 이념 편향에 휩싸여 미래 세대들에게 역사 인식에 대한 혼란을 주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은 "정부가 역사 교육을 둘러싼 각종 분열과 다툼을 종식시키고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해 정부가 책임지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역사교과서가 이념 대립과 정쟁의 논란에서 벗어나 바로설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화 찬성 의사를 밝힌 이들 교수 102명은 역사학과를 포함해 정치학, 교육학 등 여러 전공의 교수들이 포함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역사교과서가 역사학자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이제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부분에서도 역사에 대한 접근이 열려있기 때문에 굳이 역사교육을 사학의 틀 안에서 볼 것이 아니라 폭을 넓혀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 제작 시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근현대사 비중에 대해 이들은 "근현대사 비중을 줄이고 늘리고 하는 논의 보다는 얼마나 근현대사 내용들을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서 작성하고 교과서 속에 녹여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단일한 교과서라고 하지만 여기 102명 교수 모두 보수든 진보든 한쪽으로 치우친 교과서는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며 이 모임에 있는 교수들에게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집필진 제안이 온다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학계와 교육계, 역사학회 등에서 연이어 집필거부 발표가 나오는 것에 대해 "진정한 역사 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폐쇄적인 집단행동으로서의 대응이 아닌 각계각층과의 논의와 협력을 통해 역사교육의 발전 방향을 공론화해야한다"며 "논의를 이끄는 것이 미래 세대 교육을 책임지는 지성인으로서의 진정한 역할이자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국내 최대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가 한국사 국정교과서 제작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성명서 참가자 명단>
강신천 강인수 곽병선 곽창신 권한용 김경수 김경자 김경회 김광래 김남현 김도기 김병주 김성조 김수천 김승철 김열수 김영재 김용승 김용직 김원수 김인영 김장수 김종호 김태완 김창석 김한창 김행범 김헌규 김형곤 김현숙 김희규 나승일 남덕현 남성휘 남정욱 류병렬 류여해 류호섭 모영기 박명수 박명순 박병근 박선규 박성수 박순우 박성익 박용군 박종열 서민규 송광용 신동선 신용수 신형식 안성수 안성진 양동안 양일선 양정호 어명하 유병진 유석춘 유재원 이기숙 이남순 이상정 이영준 이원순 이원우 이재승 이재원 이정숙 이존희 이주천 이춘수 이칭찬 이택휘 이화룡 장석민 정경희 정동준 정영길 정용각 정완호 정원식 정영순 정종희 정혜선 조연순 주효진 진동민 최문용 최병관 최우원 최윤철 최진덕 최태호 허경철 허숙 홍선미 홍성심 황홍석 황홍섭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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