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당내 갈등 모면 위한 정략적 행위"
與 "역사교실활동에서 축적한 소신이 바탕"
金 "역사교실 강연에서 전율 느꼈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연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15일 의원총회에서 현재 역사교과서를 "악마의 발톱이 교묘히 감춰져 있다"고 언급한데 이어 16일에는 "정권이 10번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역사교과서를 만들 것"이라며 야당과 진보진영 주장에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배경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다. 최근 당내 상황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기 위해 역사교과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견해와 김 대표가 평소에 품었던 소신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략적이라는 말은 주로 야당에서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최근 당내 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은 민생파탄의 책임을 돌리고 공천권 다툼에 쏟아지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회피하려는 의도적인 정략적 산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어려운 당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공학적인 계산"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이 나오는 것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가 제기되기 전까지 비박(비박근혜)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공천룰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말 추석 연휴 당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꺼내들었다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강한 비판을 받으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특히 공천룰 특별기구 위원장을 누구로 정할 것인지를 놓고 친박계와 김 대표의 다툼은 수면 아래로 잠겼을 뿐, 여전히 대치상태다.
이와 관련해 여당 재선 의원은 "더 이상 싸움을 해서는 위기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김 대표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알고 있다"며 역사교과서 카드가 나온 배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 내 다수 의견은 김 대표의 소신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비박계 초선 의원은 "김 대표의 평소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본다"면서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김 대표 소신의 출발점은 2013년 9월 출범한 근현대역사교실이다. 역사교실은 김 대표가 그해 4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후 통합진보당 사태와 일명 교학사 파동을 겪은 후 역사바로세우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인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이 모임에는 의원과 당직자 등 119명이 회원으로 참여했었다.
김 대표는 이 모임에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주장한 바 있다. 2013년 11월6일 역사교실 모임에서 그는 "다른 교과서는 몰라도 국어와 국사교과서는 국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보다 앞선 9월4일 첫 모임에서는 "역사교실에서 역사를 바로잡을 방안을 모색해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을 부정하는 역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질 때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가 어지러워져 '이석기 사건'과 같은 현상으로 나타난다"면서 "역사가 퇴보하는 것을 여러분이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 해에 교학사 교과서를 단 한군데의 학교에서도 채택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전교조 교사들을 중심으로 역사교과서를 채택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갈, 협박에 시달려 (교학사가) 포기 단계까지 들어갔다고 한다"며 "공포에 시달린 교학사를 돕는 방안을 살피겠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16일 열린 '재외국민의 투표율 제고를 위한 선거제도 토론회'에 참석해 "잘못된 역사교과서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해서 매주 한 번씩 강연 들었는데 그 때 전율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역사교실의 영향이 컸음을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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