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경기도 용인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여성(캣맘)이 벽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을 낸 용의자는 어이없게도 초등학생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캣맘 혐오'에 빠진 사람의 의도적 범행이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캣맘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게 캣맘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캣맘의 보호 속에 길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고 도시생활에 피해를 준다는 반박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서도 캣맘을 멸시하고 혐오하는 세태가 더 확산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서울 강동구에서 만난 캣맘은 "불쑥 다가와 상스러운 욕설을 쏟아내면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구청 차원에서 급식소를 차리는 등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사회의 동반자로서 인식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캣맘들은 고양이를 혐오하는 주민들에 의해 밥 주는 행위를 방해받기 일쑤다.
15일 오후 강동구의 한 카페 앞에는 '길고양이 급식소'라 적힌 나무상자가 놓여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가게 앞 급식소에는 중성화(TNR) 수술을 받은 듯 왼쪽 귀 끝이 잘린 고양이가 한 두마리씩 경계어린 시선을 한 채 모여들었다. 하지만 이따금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놀라 달아나기 일쑤였다. 카페를 운영하는 캣맘 박모씨는 "구청이 나서 길고양이를 관리하려고 하는데도 힘없는 여자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미자 강동구 캣맘단체인 '미우캣' 대표는 "강동구에만 100여명에 달하는 캣맘이 있는데, 폭언ㆍ폭설은 다반사고 물벼락을 맞은 일도 있다"며 "캣맘에게만 공격이 나오는 것을 보면 고양이는 하나의 매개일 뿐 여성과 동물이라는 약자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봉사활동을 하는 캣맘 등의 개인에게 길고양이 관리를 전적으로 맡겨서는 캣맘 혐오 논란이 불식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민원은 서울시에서만 연간 1만건 안팎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지자체들이 개체수 조절이나 음식물 제공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영역동물이면서 번식력이 좋은 고양이의 특성상 길고양이를 도시에서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