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회생절차를 유연하게 진행하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촉법은 채권단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권리를 보장해준 법으로,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상시화를 추진하고 있다.
임치용 김앤장 변호사는 14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연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정책과제' 제5회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촉법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정부가 '정무적 판단'이라는 이름으로 워크아웃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며 "금융기관 역시 경제성에 입각한 자율적인 판단에 기초해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촉법 개정안에 따라 개인이 금융채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기촉법을 확대 적용하게 되면 개인투자자로부터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기촉법 자체가 퇴출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회생절차를 두고 기업구조조정 시장의 필요성에 부응하도록 유연성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법원 허가 사항을 줄이고 사후 보고의 형식으로 감독권한의 행사방법을 변경할 것을 언급했다. 또 회생절차 개시 후에도 근저당권 제도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시장상황을 반영한 신규자금 공여를 유도하고, 파산법원을 설립하는 방안 등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기촉법 폐지론도 제기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촉법은 채권자 간의 형평에 어긋나며 거래비용 측면에서도 본말이 전도되어 있으므로 상설화를 중단해야 한다"며 "이 경우 기촉법의 장점은 통합도산법이나 사적 채무재조정 과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기촉법이 유지되는 경우 기업의 총 채무액 중 채권금융기관의 비중이 일정 비율 이상이고, 총 채무액이 일정 규모 미만일 때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채권금융기관은 상법상 '지배대주주' 또는 '사실상 업무집행 지시자'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에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좀비기업들 중에는 금융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하는 기업뿐 아니라 한계적으로 금융지원을 해줄 가치가 있는 기업이 존재할 수 있다"며 "좀비기업 모두를 구조조정의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고 그 가운데 옥석을 가려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낮은 소법인, 소호(SOHO), 벤처기업 금융을 위해 여전업, 벤처캐피탈 등 상대적으로 하위 금융회사의 역할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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