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부족에 새 기준 제작 촉박
'집필기준' 만든 연구진 "국정화 반대" 외쳐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정부가 한국사 국정교과서 제작·보급을 위해 집필진 구성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의 집필기준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6월부터 검정교과서에 맞춰 집필기준을 마련하던 터여서 이 기준이 국정교과서에 그대로 활용될 것으로 보여서다.
교육부는 이달 중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집필기준은 집필진 구성과 함께 교과서 제작 1단계에 결정해야 하는 사안. 편향성이 우려되는 과목에 대해 균형성과 내용·표현상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검정 교과용도서 집필 지침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역사를 비롯해 국어·도덕·경제 과목 등에 대한 집필기준이 있다. 심사 과정에서는 이 집필기준과 제작된 교과서를 비교해 검정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집필 절차에서 중요한 요소다.
국정교과서 역시 교과서 집필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위해 '내용준거안'이나 '편찬상의 유의점' 등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하면서 집필기준 대신 내용준거안이 필요하게 됐다.
그런데 교육부가 지난 6월부터 준비해온 것은 검정교과서를 위한 집필기준이다.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위탁해 집필기준안을 마련했던 것이다. 지난달 11일에는 '역사과 편찬준거(집필기준) 개발 시안 공청회'도 진행됐다.
이에 국정교과서 제작에 필요한 내용준거안이 검정 교과용 집필 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 제작 시간이 부족해 국정체제에 맞춘 새로운 내용준거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지금 마련된 집필기준을 바탕으로 '내용준거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용준거안을 제작한다면 이미 집필기준을 만들고, 앞으로 집필을 맡을 국편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편 관계자도 "(교과서 제작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사전에 만들어진 집필기준이 많이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검정교과서를 위해 만든 집필기준을 국정교과서에 맞추기식 '내용준거안'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함께 집필기준 제작에 참여한 연구진 전원이 국정화 반대 입장을 발표했던 것으로 나타나 또다른 논란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연구진 중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는 공청회 자리에서 "(연구진은) 검정을 전제로 집필기준 개발을 했고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검정으로) 완료하겠다"며 "집필기준은 (그동안) 검정교과서 질 관리에 기여해왔고 연구진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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