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조선, 철강, 건설 등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실적부진→신용등급 하락→자금조달 비용 증가→재무구조 악화'라는 악순환에 갇혀 성장 동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신용등급 하향은 당분간 이들 업종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향조정 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2일 건설기계·중장비업이 주류인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A-(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두산건설은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또 ㈜두산과 두산중공업은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앞서 7~8월엔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조(兆) 단위 손실을 입은 조선사들의 신용등급 강등도 이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월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떨어뜨렸다. 예상 범위를 웃도는 손실을 기록했고 향후 수익구조 개선의 불확실성이 증대된다는 것이 하향 이유다. 비슷한 시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도 낮아졌다. 올 상반기엔 포스코, 동국제강 등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고전을 하고 있는 철강사들의 신용등급 하락도 이어졌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자비용이 늘어나 재무 부담이 그만큼 더 가중된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재무구조를 평가할 때 이자비용 역시 중요한 요소다. 이 때문에 이자비용이 늘어 추가 신용등급 하락의 위험마저 안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자비용 때문에 회사채를 차환하는 대신 상환하는 기업도 늘어나 회사채 시장 부진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신용등급 하락→자금조달 어려움→실적악화→기업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 조선 등 주요 제조업체가 장기 불황 속에 재무구조개선과 현금유동성 확보가 관건인데, 엎친 데 덮친 상황이 현실화됐다"면서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많은 점은 그만큼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요소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근 관계자 또한 "신용등급 하락, 금융비용 상승,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고 다시 신용등급이 추락하는 등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이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